[기자수첩] 2년만에 떠올린 은행 사기(?) 이메일

입력 2009-08-05 08:01수정 2009-08-0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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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이자가 이렇게 많이 오르는 이유가 뭐죠? 혹시 똑똑한 사람들만 모인 은행직원들이 서민들 상대로 사기(?) 치는 거 아닌가요? 기자님이 좀 알아봐주세요. 정확한 내용을 파헤쳐서 제발 은행들이 금리를 더 못 올리게 막아주세요”

2007년 8월께 자신을 50대라고 소개한 한 여성 독자가 기자가 쓴 주택담보대출 관련기사를 봤는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왔다.

연락처를 남겨두지 않았고 당시 주택대출 금리 인상 관련기사가 쏟아져 나와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정확히 2년이 흐른 2009년 8월 이 내용이 떠올랐다.

그 시발점은 한국은행의 ‘출구전략’이다.

정부가 시중에 풀린 자금을 거둬들이기 전에 은행들이 장기예금 금리를 인상하거나 양도성예금증서(CD)발행 등으로 서둘러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에 알아본 결과 변동 대출을 받은 고객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의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정금리 대출자는 5%에 불과했다.

결국 CD 금리가 변동금리 대출과 연계돼 있고 예금금리 인상에 따른 마진 역시 변동 대출자들이 내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많은 고객들이 또 다시 금리인상 악몽을 떠올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은행들의 자금 확보를 위해 기존 고객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어떠한 변화 없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비정상적인 비율도 전혀 개선하지 않고 있다.

결국 지금과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면 은행들은 제2의 ‘역마진’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또 변동 주택대출자들의 불만이 또 다시 높아진다면 그동안 은행들이 자유롭게 결정해온 CD금리나 예금금리 등을 금융 당국에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은행들도 수익창출과 자금을 확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명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객은 은행의 경영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다.

특히, 변동 대출자들은 은행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안내도 낼 돈을 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는 사기라도 당한 기분 들 것이다.

은행이 사기 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가진 50대 여성의 마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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