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잘할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범경기까지 ‘부상’이란 악재가 또 머무는가 했는데, 말끔히 벗어던진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미국에서 일을 냈습니다. 그야말로 2025년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이정후가 리그를 뒤흔드는 중이죠.
시즌 초반이지만 그의 성적은 놀라운데요. 15일 기준 타율 0.322, OPS(출루율+장타율) 1.038, 2루타 리그 최상위권, 그리고 연타석 홈런. 팬들도, 현지 언론도, 심지어 전문가들도 다시 한번 눈을 비비는 중입니다.
MLB 데뷔 첫 시즌, 그것도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선수에게 기대를 걸기란 쉽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이정후는 2025년 시즌 개막과 동시에 그 불안을 말끔히 씻어냈죠. 특히 14일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팀을 역전승으로 이끈 장면은 그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는데요.
그가 상대했던 투수는 심지어 양키스의 베테랑 좌완 에이스 카를로스 로돈이었죠. 첫 홈런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받아쳤고, 두 번째 홈런은 1사 1, 2루에서 역전 쓰리런으로 꽂혔는데요. 시즌 타점은 단숨에 11점까지 올라갔고, 현지 팬들은 경기 종료와 동시에 그의 이름을 외쳤습니다.
경기 직후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정후 찬양에 동참했는데요. MLB는 X(엑스)에 이정후의 홈런 클립을 올리며 ‘이정후가 뉴욕(빅 애플)을 씹어 먹었다(Jung Hoo Lee takes a bite out of the Big Apple!)’고 놀라워했죠.
차원이 다른 수준인데요. 15일 기준 현재까지의 기록이 15경기 59타수 19안타입니다. 2루타가 8개, 3루타가 1개, 홈런이 3개죠. 장타가 단타보다 많습니다. 출루율은 0.394, 타점은 11점, 도루도 3개나 있죠. 괴물 같은 지표입니다. 중견수 포지션에서는 OPS 0.800만 넘어도 정상급 타자로 평가되는데 이정후는 이미 1.000이 넘었습니다. 이는 현재 메이저리그 중견수 중 유일한데요. 내셔널리그(NL) 전체 타자로 본다고 해도 현재 5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ESPN, MLB닷컴 등 미국 스포츠 주요 매체는 이정후의 빠른 적응과 타격 기술에 주목했는데요. 이정후를 자이언츠 타선의 핵심 전력으로 콕 집었죠. MLB 사이버 매트릭스 사이트 팬그래프 또한 이정후의 컨택율과 삼진 비율을 언급했습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실제로 이정후의 삼진 비율(K%)은 14.0%로, 2025년 리그 평균인 약 22.7%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MLB 초년생의 동양인 타자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인데요. ESPN 또한 “이정후는 루이스 아라에스보다 더 까다로운 타자일 수 있다”며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더 넓은 코스를 공략한다”고 평가했죠.
이정후는 한국프로야구(KBO)에서 이미 실력과 커리어를 모두 인정받은 선수였습니다. 통산 타율 0.340, 7년 연속 3할, 2022년 정규시즌 MVP. 특히 2022년에는 23홈런 113타점, 그리고 최고의 WAR(승리기여도)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타자 반열에 올랐는데요.
하지만 MLB는 다른 세상이죠. 그간 많은 KBO 출신 선수들이 MLB에서 고전한 탓에 현지에서는 이정후의 가능성을 두고도 반신반의했는데요. KBO리그에서 MLB에 진출한 10명의 한국 선수 중 6년 1억1300만 달러의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을 맺은 점에 대해서도 현지에선 ‘손해 보는 계약’이라는 말도 나왔죠.
거기다 지난해 5월 펜스 충돌로 인한 어깨 탈구 부상으로 조기 시즌 아웃되며 우려를 키웠는데요. 올해에도 시범경기에서 경미한 허리 통증으로 결장이 이어지며 일부 현지 매체들은 노골적으로 실망을 표했죠. 디 애슬레틱의 그랜트 브리스비는 “이정후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어쩌면 KBO 성적이 과대평가였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어 “부상 전 OPS가 0.600대였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이정후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죠.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어깨는 100% 회복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는데요. 밥 멜린 자이언츠 감독은 “이정후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선수”라고 치켜세웠죠.
그를 향한 팬들의 반응도 뜨거운데요. 자이언츠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는 최근 ‘후리건스(Hoo Lee Gans)’라는 이정후 팬클럽이 생겼습니다. 이정후의 영어 이름(Jung Hoo Lee)이 축구 광팬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인 ‘훌리건(Hooligan)’과 겹치는 것에 착안한 이름이죠. 이들은 단체로 51번 유니폼을 맞춰 입고 머리에 불꽃 모양의 가발을 쓴 채 응원을 펼치며 모두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선수 인기의 지표 유니폼 판매량에서도 이정후의 이름은 최상단에 있는데요. 지역 매체인 샌프란시스코 스탠다드는 “이정후 유니폼은 비시즌임에도 가장 빠르게 팔리는 상품 중 하나”라고 보도했죠.
이제 사람들은 진지하게 이정후를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비교하기 시작했는데요. 오타니는 이도류(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소화하는 선수)로 MLB에 진출하는 동양인들의 이정표이자 전설로 불리죠. 하지만 현재까지의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이정후가 앞서고 있습니다.
타율(0.322 vs 0.296), 타점(11 vs 6), OPS(1.038 vs 0.939) 등에서 오타니보다 높은 지표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물론 홈런과 득점 면에서는 오타니가 각각 5개와 18득점으로 앞서 있습니다. 이정후의 현재까지의 기록이 오타니와 비견될만한 점이 주목할 점이죠.
신나는 기록을 써 내려 가는 이정후도 오늘(15일)은 잠시 주춤했는데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5타수 무안타 3삼진을 기록했죠. 한 경기에 삼진 3개, 5타수 무안타 경기는 KBO 시절을 보더라도 8년 전 일이었는데요. 이정후도 잠시 숨 고르기 할 시간이 필요한 거겠죠?
시즌은 길고 변수는 많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제 이정후는 더는 ‘한국에서 잘하던 선수’만은 아니라는 건데요. 현재 MLB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그 이름, 이정후를 다시 응원할 시간입니다.
#킹정후_실화냐 #MLB_레전드_각 #후리건스_가입은_언제 #오타니_긴장해 #우리도_있다_이정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