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차출론을 두고 국민의힘 당내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 진영 대권 주자들은 한 대행 차출론에 반대하며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YTN 라디오에서 "(한 대행은) 하실 일이 많은데 너무 흔드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는 후보 나오라고 흔들고, 야당은 또 대통령 대행 탄핵하겠다고 흔든다. 나라가 잘되겠나"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미국 평론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대행으로서 하실 일이 굉장히 많으실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앞서 나 의원은 전날에도 한 대행 차출론에 대해 "대통령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행의 역할, 관세 전쟁 속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는 역할에 먼저 집중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대권 경선 주자인 안철수 의원 역시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안 의원은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능력이 출중하나 이번 대선에 출마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진행한 부·울·경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세전쟁이 심각해 대한민국의 운명이 좌우되는 중대시기다. 한 대행은 대한민국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능력이 출중하나 이번 대선에 출마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한 대행의 국정 운영 능력을 치켜세우면서도 "앞으로 5년간 어떤 일을 할지 비전을 세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됐을 것으로 보여 이번 대선에 나서기는 여러 가지로 힘들 것"이라고 반대론에 힘을 보탰다.
이날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 차출론을 두고 "얼빠진 소리"라고 일갈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상식에 반하는 정치 행태"라며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하실 분을 출마시킨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탄핵당한 정권에서 총리를 하신 분이 나온다는 것도 상식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내 일부 의원들이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데 대해 "상식에 어긋나는 엉뚱한 짓을 추진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들"이라면서 "철딱서니 없는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역시 같은 입장을 더 했다. 이날 SBS 라디오 출연한 한 전 대표는 같은 문제를 두고 "해당 행위"라며 "이건 '못 이기겠다'는 패배주의를 넘어선 것이다. 승리를 원하는 게 아니라 기득권의 연명을 원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서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꼼수를 택할 분은 아니다. 그건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다. 누가 응하겠나"라며 "그걸 주위에서 부추기는 기득권 세력들이 있다. 우리 당의 큰 문제이자 패배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많은 의원이 한 대행에 대해 경쟁력 있는 후보라 생각하고 출마 권유를 한 것으로 안다"며 "출마를 개인적으로 권유하는 것 자체는 경선을 더 풍부하게 하고 국민 관심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출마 의사가 없는 분에게 계속 (출마하라고) 이야기하는 건 당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특정인을 옹립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한 대행 차출론이 급물살을 탔다. 보수 진영 잠룡이 '15룡'으로 거론될 만큼 난립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항마로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근본적인 이유로 꼽힌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한 대행 출마를 촉구·설득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지만 당 지도부가 자제할 것을 요청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대행은 이같은 차출론에 대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대행은 이날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