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美국채 금리에 채권개미 ‘엑소더스’

4월 美 채권 매도 우위 전환
관세 충격에 안전자산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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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앤드류스 합동 기지로 향하는 비행 중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부과에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국내 채권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을 대거 정리하고 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주(7~11일) 국내 투자자는 미국 채권을 8878만 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이들은 2021년(9억3040만 달러), 2022년(35억6209만 달러), 2023년(32억634만 달러), 지난해(77억7646만 달러)에 걸쳐 미국 채권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들어서도 1월(7억513만 달러)→2월(12억7641만 달러)→3월(7억8309만 달러) 등 매수세를 유지하다 최근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미 국채 금리가 치솟으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탈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시장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종가 기준 이달 초 4.0~4.1% 수준에서 등락했다. 그러나 10일(현지시간) 4.42%를 넘어선 뒤 최근 4.4%대로 올라 거래되고 있다.

미 국채 금리는 미국 증시가 저조한 성과를 낼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들어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다우존스지수 등은 나란히 4%대 하락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 속하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비중을 늘리지 않고 오히려 팔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 상호관세를 부과해 경기 침체와 재정적자 우려가 커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은 미국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자극받는 동시에 교역량 감소 등으로 미국 내 기업 실적이 부진해지며 고용, 소비가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가 국채를 찍어내 경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자 투자자들이 국채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며 미 국채 금리가 이례적으로 상승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 국채 투매 현상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관측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의 핵심이 되고 있다”면서 “미·중 갈등 격화로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를 맞대응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과 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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