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그들의 폭풍 성장이 기특하면서도 마음 한편 깊은 아쉬움이 더해지는데요. 그들의 성장은 바로 이별이 다가왔음을 암시하기 때문이죠.
2023년 7월 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태어난 국내 최초 자연번식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 하루가 다르게 둔둔함을 자랑 중인 쌍둥바오들에게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4일 에버랜드에 따르면 현재 판다월드 옆 구 게임플라자 일대에 쌍둥이 판다를 위한 별도 방사장을 신축 중인데요. 일명 ‘세컨하우스’로 불리는 이 시설은 하반기 중 오픈 예정입니다.
에버랜드 측은 “루이바오·후이바오가 자립성을 갖추며 점차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조치”라며 “현재는 어미 아이바오와 함께 실내·야외 방사장을 공유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진적으로 분리할 것”이라고 전했죠.
생후 21개월인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본격적인 독립 훈련에 들어가게 되는 건데요. 이들의 성장에 많은 이가 언니 푸바오를 떠올렸습니다.
루이·후이의 언니이자 국내 최초 자연번식 판다인 푸바오는 2020년 7월 20일생으로, 생후 26개월째인 2022년 9월 1일 아이바오와의 분리 훈련을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1~2시간만 떨어져 지내며 적응훈련을 진행했고, 이후 오전 분리, 오후 분리, 야간 분리 등 그 시간을 점차 늘려나갔습니다. 분리 훈련 초반에는 푸바오보다 엄마 아이바오가 많이 불안해했는데요. 아이바오가 밤새 떨어져 있던 푸바오를 다시 만나자 대나무를 뒤로 한 채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죠. 이후 계속된 훈련으로 아이바오와 푸바오 모두 안정된 모습으로 독립에 성공했습니다.
두 달 후인 2022년 11월 1일, 푸바오는 주키퍼(사육사)와도 물리적으로 분리됐는데요. 사육사는 직접 대면 없이 철창 너머에서만 푸바오를 돌보며 푸바오의 자립을 돕는 체계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주키퍼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기도 한데요. 주키퍼와의 교감이 충분해 공격성이 없는 푸바오이긴 하지만 장난으로 툭 치는 행동도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이는 푸바오가 중국으로 이동했을 때 낯선 환경에 더 안정적으로 적응하도록 하기 위한 준비이기도 했습니다.
앞서 강철원 주키퍼는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는 푸바오보다는 더 일찍 독립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혀왔는데요. 과거 내실 1·2호실은 러바오가, 3·4호실과 분만실인 5·6호실을 아이바오와 푸바오가 나누어 생활했죠. 그러나 푸바오와 달리 동생들은 쌍둥이여서 판다 3마리가 독립생활하기 위해선 내실과 실내방사장, 실외방사장 모두가 부족했습니다. 이에 에버랜드는 ‘세컨하우스’ 증축을 통해 공간을 확보하고 쌍둥이 판다의 독립을 위한 준비에 나선 거죠.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는 7월이 되면 만 2세가 되는데요. 빠르면 올해 하반기, 내년 상반기에는 에버랜드에서 생활하는 4마리의 판다가 모두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만나볼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엄마 뱃속에서부터 함께한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는 함께 있어도 되지 않을까’라고 말이죠. 아이바오와 독립하더라도 두 판다는 함께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자이언트 판다는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이기에 쌍둥이 판다도 예외는 없습니다. 중국, 일본 등 주요 보호기관에서도 쌍둥이 판다라도 생후 2년 전후로 반드시 개별 방사해 독립성을 기르는 것이 일반적이죠. 다만 두 판다의 개별 독립은 더 이후의 일입니다.
일본 우에노동물원에서 2021년 태어난 쌍둥이 판다 남매 샤오샤오와 레이레이의 독립 과정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는데요. 2023년 3월 엄마 신신에게서 독립한 판다 남매는 엄마와 떨어진 외로움을 서로 의지하며 지내다 1년 뒤인 2024년 4월부터 각자의 방사장에서 독립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생활 공간은 서로 보이지 않게 구분돼 있으며, 먹이도 개별 지급되죠.
독립 준비 소식이 전해지자, 쌍둥바오를 위한 응원을 보내면서도 눈물이 찔끔 나왔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는데요. 세 모녀가 엉겨 붙어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을 넘어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도 푸바오처럼 중국으로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실감이 났기 때문이죠. 루이·후이바오를 포함한 바오 가족은 중국 자이언트판다보호연구센터(CPGP)와의 협약에 따라 한국에 임시로 머무르고 있으며 태어난 새끼 판다는 일반적으로 만 4세 전후에 중국으로 반환되는 것이 원칙인데요. 푸바오 역시 2024년 4월, 생후 약 45개월 만에 중국 쓰촨성으로 떠났습니다.
아직 정확한 일정은 정해진 바 없지만, 푸바오의 경우를 살펴볼 때 2027년 전후로 루이바오와 후이바오와도 마음 아픈 이별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요. 푸바오를 떠나보낸 상실감에 이어 두려움도 찾아왔죠. 쓰촨성 워룽 자이언트 판다원 선수핑기지로 간 푸바오의 1년이 결코 순탄치 않아서인데요. 푸바오가 방사장에 공개되기 전 머물렀던 비공개구역 위생문제와 여러 의혹이 불거졌고, 공개 1년도 되지 않아 비정상적인 경련 반응으로 3개월간 다시 비공개구역에서 보냈던 과정들이 팬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푸바오 근황을 찾아보며 마음 아팠던 모든 과정을 다시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루이바오와 후이바오의 독립 준비 소식이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죠.
자신만의 세상을 향해 한 발씩 걸음을 떼고 있는 루이바오와 후이바오. 또 그 과정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아이바오, 함께하는 주키퍼들 또한 묵묵히 마음의 준비를 해나가는 중인데요. 부디 쌍둥바오 앞에 펼쳐질 판생은 ‘의혹’과 ‘불안함’이 아닌 ‘즐거움’과 ‘웃음’으로만 가득할 수 있을까요? 모든 과정이 행복이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