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전쟁, 우주 쟁탈전] 韓 ‘빅5 우주 강국’ 도약 나섰지만…인재 확보는 커녕 유출 ‘비상등’

항우연 퇴직 매년 가속화…젊을수록 빨리 떠나
다누리·누리호 주역 위성·발사체연구소 이탈 多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카카오 등 기업 이동도
인재 확보도 문제…국내 전문인력 턱없이 부족
“양성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처우 개선 있어야”

2040년 27조 달러(4경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뉴 스페이스’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5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인재 양성 계획도 천명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의 우주항공 기술력을 높일 젊은 인재들은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카카오 등 우주항공과 거리가 먼 분야로 옮기는 경우도 생기며 우주 항공 인재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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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정년퇴직자, 직권면직자를 제외한 퇴직자들은 젊을수록 빨리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자 연령대별 평균 근속연수는 △30대 4년 6개월 △40대 9년 3개월 △50대 12년 2개월 △60대 14년 순으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확연히 짧았다. 전체 퇴직자 중 젊은 직원들의 비율 역시 압도적으로 높다. 퇴직자 전체 69명 중 연령대별로 △20대 1명 △30대 27명 △40대 26명 △50대 11명 △60대 4명이다. 국내 우주항공 경쟁력 강화의 열쇠인 젊은 인재 유출에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문제는 퇴직자 중에서도 우리나라 우주 항공 기술력 향상의 주역이었던 다누리 개발 및 운영 담당의 우주탐사센터가 속해 있는 ‘위성연구소’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의 ‘발사체연구소’에서 몸 담았던 이들이 눈에 띄게 많다는 점이다. 전체 퇴직자 중 퇴직 당시 부서가 위성연구소인 경우는 48%, 발사체연구소는 28%였다. 특히 발사체연구소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이들 중 2023년 누리호 3차 발사 이후 거처를 옮긴 인원이 많았다.

더 큰 문제는 퇴사자들이 학계나 다른 기관의 연구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기업체로 이동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퇴직 이후 거처를 밝힌 인원의 48%는 기업체로 옮겼는데 우주항공과 거리가 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카카오로도 이동한 사례들도 있었다. 국내 우주항공 인재 유출에 비상등이 켜진 이유다.

퇴사 이유는 다양하지만 항우연의 낮은 처우가 주요한 원인이라는 점이 업계의 전언이다. 인건비 수권이 정부 출연연 중 최하위에 달하는 탓이다. 항우연의 박사 신입 초봉 역시 6226만 원 수준으로 현대자동차와 같은 민간기업, 한국원자력연구원 같은 다른 출연연보다 낮다.

인재 유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인재 확보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곧 개청 1주년을 우주항공청은 정원을 채우는 데 1년 가량이 소요되고 있다. 국내 우주 인력이 우주 선진국 대비 턱 없이 부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3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의 우주 인력은 9000명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36만명) △영국(4만8000명) △프랑스(3만2000명)의 인력은 국내와 큰 차이가 난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정부는 2045년까지 3만 명의 우주 전문인력을 새로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전주기 인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연 1500명 규모의 전문 인력 양성하며 우주 산업 육성에 정책 역량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인재들의 처우 개선 관련 내용은 빠져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내 우주항공 업계의 30대 젊은 근로자는 “학부와 대학원 시기 등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우주항공 업계에서 이탈하지 않고 근무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인재를 실컷 양성해 놓고 향후 이탈을 막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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