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인가까지 이르면 배드뱅크 9월 정식 출범
최근 금융당국의 부실채권 축소 압박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연체율 관리가 은행권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였던 민간 배드뱅크 설립이 금주내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4일 금융권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외환은행을 제외한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은행 등을 포함한 6개 시중 은행들이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내로 민간 배드뱅크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최초 설립 규모는 출자 1조원, 대출 5000억원 총 1조5000억원의 설립 비용을 은행권이 분담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외환은행 불참으로 불거졌던 비연결 자회사 문제는 우리은행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시중 은행들은 당초 배드뱅크 설립과 관련, 6개 은행이 동일 비율(16.67%)로 1667억원씩 내게 되고 5000억원은 규모와 각 은행의 사정에 맞춰 나눈 뒤 대출금으로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동일 비율로 각 은행에서 출자하는 방식은 민간 배드뱅크가 출자 비율 15%초과시 적용 받는 비연결 자회사로 분류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F&I'라는 부실채권 처리 계열사를 두고 있어 배드뱅크까지 포함할 경우 부실자산 처리 자회사만 두개를 보유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은행측은 이미 자체적으로 부실채권 소화가 가능한데다 자회사로 들이는 부담까지 짊어지면서 참여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우리은행은 출자금을 1500억원만 부담하고, 모자라는 출자금 167억원을 나머지 은행들이 나눠 내는 방향으로 갈 지, 은행별 차등 부담할 지 세부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대신 다른 은행보다 적게 낸 167억원 만큼을 추가로 대출해야 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모자라는 167억원을 여타 은행이 나눠낼 지 은행별로 차등 부담할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면서 "출자비율이 낮은 우리은행은 향후 이익 분배시 다른 은행보다 적게 가져가는 구조로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 MOU가 금주 내로 처리되고 금융당국의 인가 등이 서둘러 마련된다면 이르면 9월 중으로 출범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이 올 연말까지 은행 부실채권 비율을 1%로 낮출 것을 지시하면서 향후 민간 배드뱅크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배드뱅크 출범이 단박에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은행들의 기업 구조조정과 연체율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하반기 무수익여신(NPL)이 대량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민간 배드뱅크의 설립을 앞당길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올 하반기에 발생할 신규 부실채권까지 고려할 때 금융감독당국의 '부실채권 1%룰'에 맞추기 위해 은행들은 앞으로 5개월간 20조원 안팎의 부실채권을 털어내야 한다.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려면 분모인 총여신을 늘리거나 분자인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을 줄여야 하나 총여신 확대는 신규 부실을 양산할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시장에서 공개 매각, 구조조정기금 및 민간 배드뱅크에 파는 방안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당국의 '부실채권 1%룰'을 맞추기는 쉽지 않지만 구조조정 관련 채권과 연체가 없는 고정이하 여신을 제외한 나머지 부실채권을 기준으로 비율을 맞춰 나갈 것"이라며 "올 하반기 부실채권 매물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배드뱅크를 제대로 활용해 절대 땡처리식으로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회복 기대감이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나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 차원에서 부실자산이 증가하는 경우까지 고려해 배드뱅크를 출범시킨 상황이라 향후 배드뱅크 출자 규모가 확대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