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괴담이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이 괴담은 우리의 과거 행적(?)을 돌아보게 했는데요. 정확히는 내가 버린 쓰레기봉투를 회상 중이죠.
꽁꽁 싸매 밀봉한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파헤쳐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는데요. 이를 파헤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로 인해 ‘10만 원 과태료’가 도착했다며 속상함을 표했죠. 이들의 날벼락 같은 소식에 더 놀라운 건 ‘그 이유’였는데요.
“우리 동네도 장난 아니다. 닭 뼈는 일반 쓰레기인데, 살점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벌금 받았다.”
“라면 스프 봉지 버렸다고 과태료 부과했다. 그 작은 거 다들 분리수거 하시나요?”
“사무실에서 도시락 먹고 헹구지 않고 버렸다고 고지서 날아왔다. 오염된 건 일반 쓰레기로 분류한다고 해서 그냥 버렸는데, 퐁퐁으로 헹궈서 버리라고 한다.”
“고구마 껍질을 일반 쓰레기 봉투에 버렸다가 음식물쓰레기 혼합 배출 위반으로 10만 원 과태료 받았다. 이제 고구마 껍질까지 다 먹어야겠다.”
모두의 눈을 의심하게 한 과태료 부과 사유. 당장 집으로 가 내 쓰레기통도 뒤져봐야겠다는 반응이 쏟아질 만했죠.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게 실제 과태료 고지서까지 공개하며 ‘진짜’임을 강조했는데요. 거기다 꼬리에 꼬리를 물 듯 “나도 당했다”는 사연(?)들이 추가되며 모두를 ‘과태료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말한 ‘사유’는 음식물 혼합배출 과태료 부과 대상이긴 한데요. 조리 후 남은 채소 껍질은 식용 가능 부위로 간주해 음식물쓰레기로 분류되고 닭 뼈는 일반 쓰레기, 고기는 음식물이기에 닭 뼈에 살코기가 붙어 있는 상태라면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이 또한 각 지자체 기준에 따라 그 범주가 모호해지는데요. 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거기다 쓰레기봉투를 열어 확인한 뒤 사진으로 남겨 신고하는 ‘파파라치’를 조심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요. 택배 운송장, 영수증, 고지서 같은 신상 정보가 담긴 봉지에서 혼합배출 위반 사례가 나오면 파파라치의 표적이 된다고 말이죠. 단속 한 건당 포상금을 받게 돼 더 많은 사례를 찾기 위해 부과 이유가 더 황당해지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여졌는데요. 실제로 서너 명이 모여 쓰레기봉투를 유물 찾듯 헤집어 보고 있다는 사진까지 올라오며 ‘파파라치 괴담’에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그러자 혼합배출 위반을 주의하기보다 ‘개인정보 삭제’를 더 신경 쓰자는 ‘예방 사례(?)’가 공유되기도 했죠.
고구마 껍질 조금, 살코기 붙은 닭 뼈 조금, 이물질이 묻은 플라스틱 통 하나가 정말 ‘10만 원 벌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 사실일까요? 해당 지자체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먼저 살코기 붙은 닭 뼈 과태료 논란의 대상이었던 강동구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는데요. 강동구 측은 단순히 소량의 사유로 과태료가 부과되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살코기가 붙은 닭 뼈로 예를 들자면, 파봉을 했을 때 소량이 아닌 다량이었을 경우, 또 그 사례에서 개인정보 특정이 완벽히 되는 경우에만 부과할 수 있는데요. 또 소량이나 처음의 경우 계도 위주로 진행하는 데다 무단투기 혼합배출에 따른 정당한 절차로 처리하기 때문에 ‘단순 소량 투기’로 곧바로 과태료 고지서를 보내진 않는다고 설명했죠.
실제 강동구청이 과태료를 부과한 단속 사진을 보면 이를 더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껍질 몇 조각, 뼈 몇 조각이 아니었는데요.
꽤 큰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버려야 할 수준의 껍질과 살코기가 다량으로 나왔고, 심지어 고구마의 경우는 흐트러짐 하나 없는 ‘온전한 모양’을 자랑했습니다. SNS 글 당사자의 부과 사례는 아니지만, 그 범위를 추정해 볼 수 있죠.
파파라치 괴담도 사실이 아닌데요. 이들은 구청 홈페이지에서 채용공고 후 서류와 면접심사를 통해 선발한 정식 무단투기 단속원이었습니다. 채용 기간 상시 활동하는 이들은 관내를 돌아다니며 종량제 봉투 미사용이나 혼합 배출 등을 단속하는 인원들이죠.
이들이 실제 위반 사례를 확인하더라도 과태료 부과까지 가는 길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데요. 단속원이 위반 행위를 확인하고 물증을 확보하면 담당 공무원에게 자료를 전달합니다. 이후 내용을 확인 후 해당 주소에 안내문을 전달하고 사실여부를 확인 후 과태료를 부과하는데요. 당사자가 불복 시에는 의견 제출 및 이의신청 절차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단속원들은 사전교육을 받고 활동하며 단속요원 신분증과 조끼를 상시 착용하기 때문에 몰래 찍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또 행정안전부의 안전신문고, 서울시의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앱(APP)에는 쓰레기 혼합배출 신고 항목이 없는 데다 실제 신고가 접수된 적은 없는데요. 강동구 관계자는 시민 신고로 혼합배출 관련 신고가 접수되거나 과태료 부과가 된 경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신고가 아닌 혼합배출 관련은 포상금 제도 운용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죠.
이물질이 묻은 종이 도시락통을 두고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수원 영통구청 측도 동일한 답변을 내놨는데요. 그 양이 과할 때 과태료를 부과할 뿐 소량으로 버릴 경우에 과태료 고지서를 보낸 경우는 없다고 말이죠. 또 만약 소량의 관련 쓰레기로 민원이나 이의 신청을 했다면 내용을 검토해 계도 단계에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통구청 또한 구청 내 무단투기 단속원들을 선발해 활동하고 있을 뿐 파파라치 포상금 영역이 아니라고 밝혔는데요. 포상금을 받는 경우도 어렵고, 받은 사례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괴담으로 번진 쓰레기 과태료 사례는 과장된 면이 없지 않은데요. 그 정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던 거죠. 하지만 덕분에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분류법 등이 실시간 트랜드에 오르는 등 ‘분리수거 홍보’면에서는 효과(?)가 있었던 셈인데요. 각 집 쓰레기통 청소 또한 덤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