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알테오젠-MSD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계약 규모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으로 약 1480억 원 수령 예정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총 4조1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K바이오 기술수출 계약 중 2020년 알테오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회사도 2022년 사노피와 1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이후 두 번째 조 단위 계약을 맺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7일 GSK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기반으로 새로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올리고 약물(ASO)을 포함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항체 등 다양한 모달리티(치료적 접근법)로 여러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기술수출의 핵심인 그랩바디-B는 BBB를 통과하기 어려운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BBB는 유해한 물질과 인자가 뇌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지만, 치료제의 침투도 막아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에서는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그랩바디-B는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 수용체(IGF1R)를 통해 약물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하고, 뇌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GSK는 BBB 셔틀을 통해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최근 BBB 셔틀은 CNS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필수 플랫폼으로 로슈, 에자이 등 글로벌 빅파마는 인수합병(M&A)과 기술도입 등을 통해 BBB 셔틀을 확보한 상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계약으로 플랫폼 기술력을 입증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플랫폼 기술이전으로 IGF1R 기반 BBB 셔틀로는 글로벌 최초의 플랫폼 기술이전”이라며 “플랫폼 기술이전인 만큼 확장성이 크다. GSK는 자사의 복수 신규 타깃에 그랩바디-B 셔틀 플랫폼을 적용해 후보물질 개발과 상업화를 독점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GSK와 계약이 이목을 끄는 것은 계약 규모다. 이번 계약은 계약금 739억 원(3850만 파운드), 단기 마일스톤(기술료) 741억 원(3860만 파운드), 복수의 치료제 개발, 허가 및 상업화 마일스톤 최대 3조9623억 원(20억6300만 파운드) 등 총 4조1000억 원(21억4010만 파운드) 규모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파마와 조 단위 계약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4조 규모는 2020년 6월 알테오젠이 머크와 4조67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것이 유일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계약으로 업계에서 두 번째 4조 원대 계약을 했다.
또 2022년 1월 사노피에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최대 10억60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이전한 뒤 3년 만에 조 단위 계약을 맺었다. ABL301은 그랩바디-B 플랫폼 기반의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로, 현재 파킨슨병 임상 1상 중이다. 결과는 올해 중순 발표될 예정이다.
추가 마일스톤도 기대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BL301을 통해 올해 3월까지 약 1600억 원 규모의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받았다. 앞으로 GSK와 계약으로 계약금 739억 원을 포함해 최대 1480억 원의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우선 수령할 예정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이번 계약은 그랩바디-B의 사업화를 통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그랩바디-B의 적용 가능 모달리티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이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고, 전 세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