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경제의 시간’, 실사구시로 새 시대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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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지난주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4일(현지시간) 트레이더가 머리를 감싸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로써 시장이 꺼리는 초대형 불확실성 하나가 해소됐다. 하지만 두 달 일정으로 막이 오른 대선 정국으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불확실성의 먹구름은 더 짙어질 우려가 없지 않다.

한국 경제는 곳곳에 적신호다.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은 0.1%로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이 콜롬비아·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을 더한 37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0.066%(전분기 대비)로 29위에 그쳤다. 올 1분기는 정치 불안에 산불 사태까지 겹쳐 마이너스 또는 0%대의 낮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산 넘어 산이다.

외생 변수도 기댈 것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상 범위를 넘은 25% 관세율을 한국에 적용한 것부터 예삿일이 아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이은 중국의 맞대응 보복 관세 발표로 글로벌 시장의 소용돌이도 거세지고 있다. 4일 뉴욕증시는 6% 가까이 폭락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최악의 하루였다.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 이틀 연속 150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매그니피센트7(M7)’을 비롯해 업종을 가리지 않는 투매 장세가 이어져 3, 4일 이틀 동안 6조6000억 달러(약 9646조 원)가 증발했다.

JP모건체이스는 5일 올해 미국 경제가 역성장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이전 1.3%에서 -0.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트럼프 관세 폭탄이 스태그플레이션 악몽을 부를 것이란 전망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내수 침체로 허덕이는 한국 경제가 미국발 ‘퍼펙트 스톰’ 가능성까지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내 정치 일정도 큰 변수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한덕수 대행 체제의 관리 책임이 막중하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과 안보 위기 대응부터 치안 유지, 대선 관리까지 할 일이 태산이다. 경제 단체들은 헌재의 탄핵 결정에 성명을 내고 “조속히 국가 컨트롤타워를 재건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 대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힘을 합쳐 대한민국이 다시 뛰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대다수 국민 심정도 다르지 않다.

한 대행 체제가 주도적으로 경제·안보 이슈에 대처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행 체제의 한계다. 하지만 차기 대선까지 근 60일은 긴 시간이다. 특히 트럼프 관세 태풍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여야는 대선 시계만이 아니라 국리민복의 시계도 잘 보면서 대행 체제에 적절히 힘을 실어줘야 한다. 난국 수습의 골든타임을 소중히 쓸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헌재의 시간은 지나갔고, 이젠 ‘경제의 시간’이다. 여야는 한 대행체제와 힘을 합쳐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전 산업군이 ‘관세 폭탄’ 사정권에 들어간 만큼 국익을 중심에 둔 실사구시 정치로 시대적 요구에 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헛된 공약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이다. 눈 밝은 국민은 어느 정당이, 어느 정치인이 국리민복에 헌신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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