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유관계 확인 철저히 했어야"...공인중개사 책임 50%로 제한
공인중개사의 과실로 아파트 매매계약 사기를 당한 경우 매수자에게도 50%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인중개사가 '계약의 안전'을 보장할 것으로 믿고 계약의 하자 유무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아파트 매수자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5부(문영화 부장판사)는 아파트를 사려다 계약금과 중도금 2억원을 사기 당한 장모씨 등이 공인중개사 김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씨 등은 장씨 등에게 1억원을 보상하라"며 피고에게 절반의 책임을 지우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공인중개사로서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칭소유자가 제시한 주민등록증이 위조된 것임을 알아채지 못해 원고가 실제 권리자로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하지만 원고 역시 사칭소유자가 실제 아파트의 소유자인지 의심해볼 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다소 낮다는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극적으로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한 과실이 있기 때문에 피고측의 배상 책임을 손해액의 5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2007년 9월 김씨로부터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한 채를 매물로 소개받은 장씨는 매매가를 낮추는 대신 대금을 일주일 내에 지급 해달라는 매도자의 제안에 따라 계약금과 중도금 2억원을 서둘러 건네줬다.
이후 매도자가 아파트 실제 소유자가 아닌 사칭 소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장씨는 김씨 등을 상대로 2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