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 MBK 사태의 교훈

김기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ㆍ이해관계자경영학회 차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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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소식은 한국 경제계에 충격을 던졌다. 국내 2위 대형마트가 돌연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주주 중심 자본주의의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과연 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기업 경영에서 단기적 수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홈플러스 사례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자.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LBO(부채 기반 인수) 방식으로 인수했다. 이는 자기자본보다 대출을 활용하여 기업을 인수한 후, 기업의 현금흐름을 이용해 대출을 상환하는 구조다. 이러한 방식은 인수 후 대출 상환과 투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며, 장기적인 기업 성장보다는 단기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기업 경쟁력 강화보다 투자금 회수 몰두한 사모펀드

홈플러스의 경우, MBK는 인수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집중했다.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물류 시스템, 디지털 인프라, 신규 점포 확장 등에 적극 투자하는 동안, 홈플러스는 설비와 부동산을 매각하며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 몰두했다. 이는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업은 단순히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계가 아니다. 고객, 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 신뢰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MBK의 홈플러스 경영 방식은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첫째, 고객 피해이다. 유통업의 핵심 경쟁력은 품질 높은 제품과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투자가 부족한 홈플러스는 디지털 혁신과 고객 경험 개선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둘째, 직원 피해이다. 점포 축소와 구조조정이 이어지며, 직원들은 불안한 고용 환경 속에서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

셋째, 협력업체 피해이다. 대형마트의 유통망을 활용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매장 축소와 거래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넷째, 채권자 및 투자자의 피해이다. 경영실패의 책임을 금융권에 미룸으로써 외상매출대금과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어렵게 되었다.

다섯째, 사회적 피해이다. 유통업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는 단순한 기업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이처럼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을 도외시하고 주주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결국 기업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이 바로 주주 중심주의의 한계이자 폐해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기본철학은 이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주주중심 자본주의 넘어 ‘사회적 책임’ 경영 펼쳐야

과거 밀턴 프리드먼의 ‘주주 이익 극대화’ 이론은 오랫동안 세계 기업 경영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9년, 미국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 Business Roundtable)에 참여한 181개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은 새로운 선언을 발표했다. 기업의 목적이 단순히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는 기업이 단기적 수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존과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원칙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 경제도 변화해야 한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가 단기 수익 창출을 위해 기업을 이용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장기적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경영 철학을 확립해야 한다. 홈플러스의 사례는 우리가 주주 중심 자본주의의 한계를 직시하고, 이해관계자 중심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함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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