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인하 공약...국제 요금 비교 카드 내세웠나
현 정부가 최근 서민 행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가운데 다시금 이동통신 요금 인하 논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구체적인 휴대전화 요금 인하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그 모양새는 업계간 경쟁에 따른 시장 자율이 아닌 정부의 개입(?)에 의한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현정부들어 통신비 인하 공약은 반시장적이라는 통신업계의 반발과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구호에 밀려 흐지부지돼 왔다. 이통업계를 주관하는 정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그간 요금인하를 경쟁 등 업계간 시장 경쟁에 맡긴다는 큰 틀의 방향만 설정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이동통신업계, 시민사회단체,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통분야 경쟁상황을 점검하는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휴대전화 음성통화 요금의 국제 비교치를 발표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휴대폰 요금이 가장 비싸다는 논란이 불을 뿜은 가운데 이통사들을 상대로 한 휴대전화 요금 인하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이통산업이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토론회에서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 영국 등 한국과 같이 통화량이 많은 15국 중 가장 통화료가 비싼 것으로 나타난 것.
이동통신 요금 국제비교를 주제발표한 소비자원 이상식 박사,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위원은 한국의 음성통화 요금은 지난해 0.1443 달러로 통화량이 비싼 15개국 평균값인 0.1024 달러보다 약 70% 가량 비싸 1위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 음성통화 요금 수준이 2004년 10위, 2006년 7위, 2007년 2위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 26개국과 홍콩과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29개국의 음성통화요금에서 지난 4년간 다른 나라의 가입자당 월평균 음성통화요금은 감소했으나 한국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2008년 기준 구매력지수(PPP)를 적용해 가입자 1인당 월평균 통화시간(MOU)이 180분 이상인 15개국과 비교한 것이다. 비교 국가는 OECD 회원국 중 뉴질랜드와 노르웨이, 덴마크, 미국, 스웨덴, 영국, 오스트리아, 필란드, 프랑스, 호주, 캐나다 12개국과 싱가포르, 이스라엘, 홍콩이다.
조사는 메릴린치의 '글로벌 와일리스 메트릭스' 보고서에 따르고 국가별 이동통신사업자의 평균 통화요금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게 주제발표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 미국과 일본, 영국 등 OECD 8개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이동통신 가입률이 비슷한 10개국의 1위 사업자들 간 분당 음성통화요금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SK텔레콤은 3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SK텔레콤은 2005년 7위, 2006년 6위, 2007년 4위에 이어 2008년 3위로 순위가 계속 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다른 국가에서는 분당 음성통화요금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가입자의 부담이 줄고있지만 한국은 음성통화요금이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에대해 방통위와 이통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요금을 관장하는 주무부처가 있음에도 소비자원의 발표는 국민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와 비교해 통화 패턴과 투자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방식의 비교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소비자원 발표는 무리하게 데이터를 짜맞춰 요금인하를 압박하려는 카드”라고 반발하면서도 “와이브로·인터넷 TV 등에 대한 투자를 주문하면서 이러한 방식으로 요금인하까지 압박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도 통신요금 인하는 경제 위기에 맞물려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이통사인 SK텔레콤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올 2분기 실적은 경기침체에도 매출 3조679억원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5534억, 3116억원을 거두는 선방을 기록한 것.
방통위는 이미 요금 인하를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방통위는 지금까지 요금 인하는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내부적으로는 구체적 요금 인하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통위는 이달 둘째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들의 통신서비스 실태 자료를 내놓으면, 방통위는 이를 바탕으로 요금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