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응력’ 강조한 정의선 회장 의지 반영
캐즘 극복 위해 HEVㆍ전기차 라인업 확대
SDV 전환 위한 소프트웨어 내재화 주력
현대자동차가 올해 연구개발(R&D)에 역대 최대인 6조8000억 원가량 투자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심화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 라인업을 확대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6일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가 올해 계획한 R&D 투자금은 6조7516억 원으로 전년 집행한 투자금(4조9212억 원)보다 37.2% 늘었다. 현대차의 연구개발비가 6조 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현대차가 계획한 전체 투자금 16조9490억 원 가운데 R&D 투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9.8%로 가장 크다.
현대차는 연구개발비를 지속해서 늘려오고 있다. 2022년 3조5268억 원(14.0%)에서 2023년 4조1391억 원(17.4%), 지난해 4조9212억 원(18.9%) 등 올해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올해에는 투자 금액을 전년 대비 크게 증액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쓸 전망이다.
현대차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 배경에는 ‘위기 대응력’을 강조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단순히 위기 요인 제거가 아닌 배경과 맥락, 역사적 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 미래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며 대내외적 불확실성 극복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현대차의 올해 R&D 투자금은 전기차 캐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제품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성능과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을 개발해 전기차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전동화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전기차 신모델 개발도 이어간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21개 모델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원가 혁신을 위해 전기차에서 가장 높은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역량도 제고한다. 배터리 셀 밀도를 향상하고 보급형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을 자체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SDV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SDV는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주요 기능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차량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내년까지 차량용 고성능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Pace Car)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데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풀 라인업 구축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역량 제고를 통한 전기차 원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차세대 전기·전자 아키텍처,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기술을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통합해 차량 소프트웨어 혁신을 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