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약’ 접근 기회 늘어나나…빅파마 임상 협약 속속

입력 2025-0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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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주요 대학병원 MOU 적극…전공의 공백 해결·시장성 확보 관건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임상시험에 한국 환자들의 참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임상시험은 약제가 개발되지 않았거나, 더는 사용할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에게 신약 사용의 기회이기 때문에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주요 대학병원과 임상시험 및 연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만성질환, 항암제 등 기업이 보유한 주요 파이프라인 관련 분야에서 환자들의 임상시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협약의 골자다.

비만치료제 선두주자로 꼽히는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이달 분당서울대병원과 당뇨병, 비만, 혈우병, 성장호르몬 영역에서의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양 기관은 글로벌 임상시험 단계에서 한국 만성질환자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며, 한국 연구자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지난달 서울대병원, 지난해 11월에는 세브란스병원과 동일한 목적의 MOU를 각각 체결한 바 있다.

중증·만성질환 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암젠 역시 국내 대학병원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암젠코리아는 세브란스병원과 △암(폐암, 위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염증 질환(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결절성 양진 등) △심혈관계 질환(ASCVD 등) △내분비 질환(제2형 당뇨병) △비만 △희귀질환(갑상선 안병증) 등의 영역에서 초기 및 후기 임상시험에 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MOU를 체결했다. 암젠은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과도 글로벌 임상 협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신약의 국내 임상시험이 확대되면 국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도 개선될 여지가 크다. 신약 허가 심사 시 한국 환자의 임상시험 참여 비율이 중요한 고려사항이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들은 국내에서 신약이 허가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업 주도 또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신약을 먼저 투약받을 수 있다.

한편 기업 주도 임상시험은 한국이 전 세계 4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는 총 783건의 임상시험이 승인됐다. 같은해 미국 국립 보건원(NIH) 임상시험 등록 현황을 기준으로 국가별 임상시험 순위는 한국이 4위를, 전 세계 도시별 임상시험 순위는 서울이 1위를 기록했다. 다국가 임상시험 부문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높은 10위로 집계됐다.

다만, 임상시험 확대 추세는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부터 장기화하고 있는 전공의 공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하면 환자 모집, 관리, 데이터 정리 등 대부분의 크고 작은 업무들이 전공의 인력으로 진행되는데, 이들이 없으니 교수가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투입하는 비용 대비 시장 전망이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한 관계자는 “임상시험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3상은 최소 수백억을 들여야 하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도 환자 모집이 부진하거나 시장성에 따라 철회되기도 한다”라며 “신약 승인에 소요되는 기간이 너무 길거나, 승인 이후에도 약가 책정이나 급여 절차에 소모되는 직간접적 비용이 과도하다면 기업은 해당 시장 진출을 망설이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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