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이날 기준 3.37~5.87%로 집계됐다. 한 달 전(3.35~5.75%)과 비교하면 상하단이 각각 0.12%포인트(p), 0.02%p 올랐다.
지난달보다 대출 금리가 오른 건 채권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8%까지 오르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내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인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감세와 관세정책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이에 따라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금융채(은행채 AAA등급) 금리도 오름세다.
그러나 주요 은행들이 연초부터 대출 영업을 강화하면서 대출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에 이어 SC제일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리는 등 금리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05~0.3%p 낮췄다. SC제일은행은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p 인상했다. 우대금리를 높이면 적용 대출금리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다른 주요 시중 은행들도 이를 따라갈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다른 은행과의 대출금리 수준과 시장 상황을 보면서 가산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가 하락하면서 16일부터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도 내려간다. KB국민은행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는 연 4.72~6.12%에서 연 4.59~5.99%로 낮아진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는 연 5.24~6.44%에서 연 5.11~6.31%로 내려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대출금리는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금리를 지표로 삼는 기준금리에 은행이 더한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금통위는 오는 16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경기 둔화 우려를 고려해 연 3.00%인 기준금리를 2.75%로 0.25%p 인하하거나 고환율·물가·가계부채 상황을 감안해 동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원ㆍ달러환율이 상승하면서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의 '2월 채권시장 지표(BMSI)'에 따르면 3~8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55개 기관, 10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0%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월(83%)보다 23%p 감소한 수치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와 채권금리는 대출 자금 조달 방식에 영향을 준다"면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가산금리 인하로 인한 대출금리 하락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