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퍼지스토어 퇴출 수순…인템포무드·페플은 환불 조치
사전 검수 한계…제조 단계부터 검수 강화해야
패션플랫폼에 입점한 일부 브랜드가 패딩·다운 등 점퍼의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 각 패션플랫폼 업체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브랜드와 제품 수가 워낙 많은 탓에 전수조사도 어려워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패션플랫폼 무신사는 최근 충전재 허위 기재 의혹이 제기되자 입점 브랜드 상품의 소재 혼용률 상세정보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다운 점퍼를 비롯해 고급 아우터에 쓰이는 캐시미어 포함 브랜드가 조사 대상이다.
앞서 무신사는 판매 중인 일부 브랜드에서 다운 혼용률이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라퍼지스토어와 페플 등 6개 브랜드 상품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었다.
이 가운데 덕다운(오리털) 아르틱 후드 패딩의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 기재한 ‘라퍼지스토어’는 무신사 거래 정책을 수차례 위반해 결국 퇴출 됐다. 해당 제품은 충전재로 솜털 80%를 표기했으나 실제 사용률은 약 3%에 불과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다운 표기를 하려면 제품의 솜털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한다. 무신사에 입점한 ‘인템포무드’와 ‘페플’도 상품 정보와 실제 패딩 충전재 혼용률이 달라 전액 환불을 진행 중이다.
캐주얼 패션 브랜드 '후아유'를 전개하는 이랜드월드도 자사 제품 중 거위털 함량이 기준치 미달된 사실이 드러나 6일 공식 사과했다. 후아유 구스다운 점퍼가 거위털 80%를 충전재로 사용했다고 명기했으나, 실제론 거위털 30%·오리털 70%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2023년 무신사·W컨셉·29CM 등 유명 패션플랫폼에서 판매된 ‘247 SEOUL’의 캐시미어 머플러의 혼용률도 거짓으로 드러나 논란이 컸었다.
패션플랫폼 기업들은 잇달아 재발 방지를 위해 자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무신사는 ‘안전 거래 정책’을 통해 입점 브랜드의 위반 행위를 경중에 따라 1~3단계로 나누고 벌점을 부과해 판매중지-퇴출(퇴점) 조치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는 ‘안전거래센터’를 신설, 입점 브랜드 상품 페이지를 선제 모니터링 진행하고 위반 의심 사례 제보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적발되거나 제보접수 된 브랜드에 대해 ‘삼진아웃 제도(3번 적발시 퇴출)’를 적용한다.
W컨셉은 패딩, 캐시미어 머플러 등 겨울 핵심 상품군에 대해 ‘시험성적서’를 받은 상품만 신상품 등록을 하도록 했다. 또 외부 시험기관에 의뢰해 제품을 무작위 검사하고 있다. 혼용률 표기 오류가 확인되면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반품·환불 처리한다.
에이블리는 판매자 이용약관에 따라 상품판매 제한, 서비스 이용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제 발생 시 단계적으로 페널티를 부과해 같은 문제가 지속 발생하면 페널티 누적에 따라 퇴점 조치한다.
다만 업계에선 플랫폼 자체 검수 조직 운영과 시험성적서 제출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패션플랫폼에 입점한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을 일일이 모두 검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또 사전예방 시스템보다 사후 조치에만 집중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플랫폼에 입점된 업체가 수만 개에 이르는 데, 비용과 시간적으로 전수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 “의류제조 단계부터 철저한 검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패션플랫폼의 등장으로 중소 의류 브랜드의 시장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검수 시스템이 미비한 업체들이 다수 있다”면서 “플랫폼 기업들이 더 책임있게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