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영인 SPC 회장, 지난달 일본행…‘K-빵 메카’ 향한 기술협력 행보

입력 2025-01-06 05:00수정 2025-01-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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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보석허가 후 해외출장 확인...일본기업과 제빵기술 고도화 협의
허영인 회장, 재판부에 “대한민국, 빵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 제 꿈”
SPC그룹, 미국·말레이시아 등에 생산공장 건립 등 해외진출 속도

▲허영인(왼쪽) SPC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신년식을 진행한 뒤, 임직원들에게 직접 떡국을 배식했다. 2020. 1. 2 (사진제공=SPC그룹)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보석 허가로 석방된 후 해외 출장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업체와 중요한 제빵기술 협의를 위한 일정 때문이었는데, 업계는 허 회장이 사법 리스크 상황에서도 ‘제빵왕’ 면모를 숨기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허영인 회장은 지난달 중순 일본 출장을 떠나 현지 업체와 제빵기술 고도화 관련 협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협의를 기점으로 양 사는 이르면 올 상반기 중 가시적인 협력 성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일본 출장은 허 회장 측의 변호를 맡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작년 11월 28일 법원에 낸 ‘해외출장 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이뤄졌다. 앞서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다 작년 9월 12일 보석허가 청구가 인용되면서 석방됐고, 이후 지금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허 회장은 보석 허가 청구 당시 재판부 앞에서 “지금까지 오랫동안 오로지 어떻게 하면 맛있는 빵을 만들 것인가, 이것을 계속 연구하면서 살아왔다”며 “이제는 기술을 개발해서 국제 특허까지 받을 정도로 기술 인정을 받고 있다”고 제빵기술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세계에 나가 인정을 받는 제빵회사를 만들어 대한민국을 빵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 제 꿈“이라며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도 저희 브랜드를 도입하겠다고 요청이 왔고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의 이러한 진술을 고려한 법원은 보석을 허가했다. 다만 법원은 실무상 보석 허가 시 ‘출국하거나 3일 이상 여행을 하는 경우 미리 법원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허 회장은 이달 15일 공판기일이 잡혀 있어, 해외 출장을 떠나기 전 법원 허가가 필수적이었다. 이와 관련 법원이 보석 중 해외 출장을 허가하면서 그는 지난달 일본 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다.

허 회장이 재판 중에도 일본 출장을 결정, 제빵기술 협의에 나선 것은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가 크고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혁신적인 기술이 SPC그룹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허영인(왼쪽) SPC 회장이 한국을 찾은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CEO이자 창업주 3세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오른쪽)과 함께 SPC그룹 주요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4. 3. 24 (사진제공=SPC그룹)

SPC그룹은 파리바게뜨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14개국에 진출, 63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30년까지 1만2000개 매장 운영이 목표다.

또한 SPC그룹은 해외 각지에 제빵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허 회장이 미국, 중국과 함께 글로벌 성장 핵심축으로 삼고 있는 동남아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약 400억 원을 투자해 ‘글로벌 할랄 인증 제빵공장’을 건립 중이다. 연면적 1만2900㎡(3902평) 규모로 올해 1월 완공 예정이다. 향후 파리바게뜨가 진출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향후 진출 예정인 중동 지역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특히 SPC그룹은 이달 2일 미국 텍사스주에 SPC그룹 최대 규모의 제빵공장 건립에 나선다고 공식 발표했다. 텍사스주 존슨 카운티(Johnson County) 벌리슨 시(City of Burleson)를 공장 후보지로 정하고, 지방 정부와 투자 계획 및 지원금을 최종 조율 중이다. 이 공장은 SPC삼립의 핵심 해외 생산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30년 넘게 제빵기술을 익힌 전문가인 허 회장만큼 제빵기술 관련 노하우가 있는 사람은 국내 업계에 드물다”며 “재판 중 건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도 일본 출장길에 오른 것은 새로운 제빵기술을 직접 확인하고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행보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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