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에 투자…AI 기반 사업 성장 촉진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이 인공지능(AI) 신약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2019년 미국 바이오텍 인실리코 메디슨이 AI를 활용해 46일 만에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한 이후, 다양한 질환 영역에서 AI 신약개발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삼성도 AI 신약개발 기업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 투자를 선언하며, 신약개발에서 AI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했다.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지난달 18일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 투자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AI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은 생성형 AI와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단백질 디자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I모델 성능 고도화와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 축적 역량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크로마’를 통해 원하는 특성과 기능을 갖춘 ‘드 노보(de novo)’ 단백질을 신속하게 설계해 의약품 개발 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현재는 암·면역질환·감염질환 등 다양한 분야의 신약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선 삼성이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 도출이 가능한 혁신 바이오벤처에 선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한다. 향후 의약품 개발 성공 시 위탁생산(CMO) 등 전략적인 파트너로 생산 에코시스템 구축, 공동개발 등 다각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AI 기반 사업 성장을 촉진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개발에서 AI가 주목받는 이유는 효과적인 시간과 비용 단축 때문이다. 전통적인 신약개발의 경우 평균 10년 가량 소요되고 1조~2조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다. 반면 AI 신약개발은 방대한 임상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통한 AI알고리즘을 활용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신약개발 한계를 AI 기술로 극복하려는 것이 업계의 목표다.
글로벌 빅파마는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적극적이다. 길리어드는 지난달 테레이테라퓨틱스와 여러 표적을 대상으로 새로운 저분자화합물 치료제 발굴·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맺었다. 테레이테라퓨틱스는 생성형 AI 기반 저분자 합성신약 플랫폼 ‘tNOVA’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일라이릴리와 노바티스가 AI 기반 신약개발업체이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소유한 아이소모픽랩스와 협업을 발표했다.
국대 제약·바이오기업도 AI 신약개발에 팔을 걷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온코마스터·휴레이포지티브와 AI모델 이용 신약개발에 대한 포괄적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협력을 통해 AI와 멀티오믹스 기반의 신약개발 방법론을 본격 도입해 연구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존 기술로 도달이 어려웠던 ‘의미 있는 임상적 통찰’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월 아이젠사이언스와 함께 항암신약 개발과정에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적용했다. 아이젠사이언스는 독자 보유한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규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제안하고, 한미약품은 R&D 역량을 토대로 해당 물질의 도입 여부를 평가한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8월 AI 신약개발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본격 가동했다. 제이웨이브는 신약개발 전 주기에 활용 가능한 20여 개의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또 500여 종의 세포주, 오가노이드, 4만여 개의 화학 데이터 등을 AI 학습에 활용한다. 또 머크 라이프사이언스, 템퍼스AI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국내외 바이오텍과 공동 연구도 확대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지난해 2월 AI 신약개발시스템 ‘데이지(DAISY)’를 구축했다. 주요 화합물 8억 종의 분자 모델 전처리를 거쳐 자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재료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게 목표다.
글로벌 시장에서 AI 신약개발 분야 성장세는 가파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2023년 9억270만 달러(1조3248억 원)에서 2028년 48억9360만 달러(약 7조1779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40.2%에 달한다.
한편, 국내 AI 수준은 아직 선진국과 차이가 난다. 지난해 ‘글로벌 AI 인덱스(Global Index) 2024’에 따르면 미국이 100점으로 1등, 중국이 53.88점으로 2등이며 한국은 27.26점으로 전체 6위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