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은행권, 성과급 두고 눈치싸움

입력 2024-12-31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KB국민은행 노조 천막 농성 돌입…"300%+1000만 원" 요구
신한·농협은행, 임단협 교섭 마쳐…기업은행은 강경 투쟁 예고

올해도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과급 규모를 놓고 노사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이자 장사’ 논란으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은 고액 성과급 지급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반면, 직원들은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사는 지난달부터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국민은행 노조가 △특별보로금(통상임금 300%) 지급 △특별격려금(1000만 원) 지급 △중식대 통상임금 반영 △인사제도 태스크포스팀(TFT) 종결 △신규채용 확대 △원스탑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난색을 표하면서다.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후문 앞에서 닷새째 천막농성을 이어가며 강경 투쟁 중이다. 국민은행 노사 양측은 현재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합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은행 노조가 30일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후문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문선영 )

노조 측은 “올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을 뒷수습하는 과정에서 일선 직원들이 고생한 만큼 사측이 직원 노고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했다. 사측은 ELS 손실 보상비용 및 대손충당금 환입 등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자장사 논란도 부담이다. 올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실적의 배경엔 막대한 은행 이자이익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올해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16조712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조1367억 원)보다 10.4% 늘었다.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최근 특별성과급 250% 지급과 밀린 보상휴가에 대한 시간외수당 현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이달 27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기업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창립 후 처음이다. 이후 양측은 29일 만나 추가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기은 노조는 “사측이 총파업 후 29일 진행된 추가 교섭에서 ‘임금 인상 차액 2.5%를 받으려면 임단협에 합의하라’며 총투쟁 중단을 압박했다”면서 “제2·제3의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최근 국정 불안에 따른 경기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은행권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은 분위기어서 노조가 요구하는 고액의 성과급이 지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결국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은행들이 성과급을 줄이는 대신 복리후생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원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임단협을 마친 신한은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기본급의 280%(현금 230%+주식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성과급 외에도 휴가 확대(2일), 마이신한포인트(150만P) 지급 등의 복지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실질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6개월 연장하고 디지털/ICT 전문직군에 대한 수당을 인상해주기로 했다.

다만, 노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까지 신청했던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NH농협지부는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200%와 직원별 격려금 300만 원을 합의한 바 있다.

농협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달 25일 농협중앙회와 임단협 교섭을 마쳤다”면서 “구체적인 조건을 밝힐 수는 없으나,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