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노인 자살률 1위…노인 인구 늘며, 심각한 사회 문제 될 것”

입력 2025-01-0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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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마음건강 지키기③] 손상준 아주대병원 교수 “고립되지 않게 노인 스스로도 노력해야”

▲손상준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진료실에서 본지와 만나 “초고령사회에 노인 인구가 늘고 있어 절대적인 노인 자살자 수치도 증가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노인 정신건강 관련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우리나라 노인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40명을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2.5배 높은 수준입니다. 초고령사회에 노인 인구가 늘고 있어 절대적인 수치도 증가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입니다.”

손상준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수원시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장)는 최근 아주대병원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초고령사회에 우리 사회가 노인정신건강 관련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인실태조사 등 역학조사에 의하면 전체 노인 인구의 10~30%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손 교수는 “수원시 노인 인구 15만 명 중 10%인 1만5000명이 우울 등 증상을 앓고 있고 이 중 약 10%가 자살시도를 한다. 이 중 목숨을 잃는 경우가 10% 가까이 돼 수원에서만 연평균 100~200명의 자살자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의 자살 시도가 치료까지 연계되는 데 장애물이 많다. 병원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를 꺼려서다. 손 교수는 “병원에서 문제가 될까 싶어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신질환자 폐쇄병동 입원도 복잡하다. 내과적인 처치가 필요한데 정신질환자는 받아주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치료하기 어려운 구조다. 재정 지원 없이는 치료할 수 없다. 공공의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부는 현행 일반건강검진 내 우울증 검사를 10년 주기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 우울증 선별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손 교수는 “노인은 우울감을 호소하기보다 신체적인 증상을 주로 말한다. 몸이 아프고, 잠을 잘 수가 없다. 만성적인 통증이나 소화불량을 호소하면서 내과나 한의원에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유를 꼽았다.

손 교수는 의료체계 개편으로 우울증 관리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일차의료기관이나 지역사회에서 노인 우울증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노인들이 많이 찾는 약국에서 약사들이 노인들의 자살·자해 충동 예방교육 등을 담당한다면 노인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손상준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최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병원과 지역사회, 공공기관 등 연계된 사례로 손 교수는 수원시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를 소개했다. 이 센터는 병원·보건소와 주민센터, 경찰·소방서 등 국가 인프라와 견고한 연계체제가 구축돼 있다.

손 교수는 “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자체 중 수원시에만 있지만, 다른 지자체도 여러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은 적절한 대처가 가능한 반면, 인구가 적은 곳은 (운영이)유명무실한 경우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해결 방안으로 손 교수는 세대 간 교류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손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아주대의과대학은 2012년부터 의대생과 독거노인 및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을 연결해 주는 ‘금메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신체운동 △영양관리 △정서관리 △대인관계 등 4가지 활동영역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별 목표를 수립한다. 이어 사소한 성공의 경험을 통해 정신건강 수칙을 생활화해 건강 향상을 이뤄내는 것이 목표다.

손 교수는 “2020년부터 정식 교과목으로 선정했다. 단순하지만 생활습관 교정에 효과를 충분히 봤다. 젊은 학생들이 도와주니 일부러 외출할 때 꾸미고 신경을 쓰기도 한다. 이런 활동을 1년간 진행하니 습관처럼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가족 모두 자살 시도를 했고, 자기만 살아남아 삶의 의욕이 없던 어르신들도 사람들이 옆에서 같이 힘을 보태니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온갖 사연과 상황에 놓인 어르신들과 의대생들의 만남이 세대 간 갈등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손상준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초고령화사회 노인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노인 스스로도 고립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정부의 초고령화 관련 정책 사업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초고령화사회에 노인 스스로도 고립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손 교수는 “노인들의 외래 진료 시에 ‘연세가 들면 어린애처럼 변해간다’는 말을 자주 한다. 노인은 신체 기능도 떨어지고 사회적인 기능도 떨어지면서 고립 상황에 놓이게 된다. 퇴직하고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이라도 사회에서 내 역할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근력이 떨어지고 고립되고 우울해지면서 집안에만 있게 되면 이젠 돌봄의 영역으로 가게 된다. 잘 걷고, 바깥 활동을 자주 하는 게 도움이 된다”면서 “노인들의 치매, 노쇠, 만성병, 심혈관질환 관리 등은 모두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손 교수는 “부모님께 하루에 한 번 정도 전화하고, 한 달에 한 번 식사, 1년에 한 번 나들이하자는 111 캠페인을 추진한 바 있다. 이 정도 노력만으로도 우울증 빈도를 낮추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또 초고령화 관련 정부 정책 사업의 구조 재편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손 교수는 “노인 관련 사업이 없다지만, 다양한 부처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문제는 직역별로도, 부처별로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단 점이다. 예산이 중복돼 쓰이기도 하고, 효과가 낮은 사업에 지원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방안 마련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2025년 초고령사회가 된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손 교수는 “OECD 노인 자살률 1위 국가에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절대적인 자살자 수도 증가하게 된다. 노인의 건강관리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모두가 노인이 된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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