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없어 은행에 돈 묶어놔
美증시 투자 움직임…반등 전망도
시중자금이 은행 요구불예금으로 다시 몰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4%대 예금이 사라지고 주식시장도 등락폭을 키우는 등 마땅한 투자처가 사라지자 투자자들이 일단 은행에 돈을 묶어 놓고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8.0회로 올해 1분기 18.5회, 2분기 18.1회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1~0.2% 수준인 예금이다. 3~4%대인 일반예금과 달리 예금자가 언제든지 조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가진 금융 상품이다. 자산을 늘리기 위한 목적보다는 투자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보유하거나 송금거래 등의 결제 목적이 강하다.
예금 회전율은 월중 예금지급액을 예금 평균잔액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아질수록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가 은행에 자금을 묵혔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줄곧 하락세를 보였던 예금 회전율이 2022년 3분기 14.3회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수신금리가 급등하자 상승세로 전환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난해 4분기에는 고금리 예금 막차 수요 등이 몰리며 18.7회까지 올랐다.
그러나 올해 들어 4%대 예금이 사라지며 회전율이 감소했다. 예금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4%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하반기 들어서 3%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하반기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투자 대기금이 쏠린 점도 회전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9월 말 기준 623조3173억 원으로 1월 말(590조7120억 원) 대비 5.52% 증가했다.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1조3514억 원으로 60조 원 수준이던 8월 초 대비 8조 원가량이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채권 등을 매매하기 위해 예치한 자금으로 투자자예금이 감소한 것은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급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4분기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으로 국내 증시를 떠난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요구불예금 잔액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탄핵 후 첫 영업일인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요구불예금은 2조5449억 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에 몰렸던 돈이 다시 투자처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리인하와 함께 투자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 언제든 쉽게 빼서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 돈을 넣으면서 회전율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올해 하반기 들어 경제활동이 위축된 반면 상대적으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