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이용자는 가입자의 4%
"왜 담보대출 대신 해지 선택하나"
실태 조사 통한 보완책 마련해야
#직장인 김 모(30) 씨는 지난해 7월부터 매달 70만 원씩 꼬박꼬박 넣던 청년도약계좌를 얼마 전 해지했다. 가족과 함께 살던 김 씨가 독립해 경기도로 이사를 오면서 교통비, 월세 등 돈이 들어갈 데가 많아진 탓이다. 김 씨는 “5년 뒤 50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는 ‘내 집 마련’은 힘들기 때문에 오랜 시간 목돈을 묶어둬도 이점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돈이 필요한 경우 중도해지 없이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한 게 아니고 최소 2년간 매월 나가는 돈이 늘어나는 것이라 매번 대출을 받아 돈을 마련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봤다.
지난달 기준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자가 신규 가입자 수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자 중 담보대출보다 중도해지를 선택한 청년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적금담보부대출(청년담보대출)은 결혼이나 이사 등 청년들이 급한 목돈이 생기는 경우를 대비하려 마련된 장치이지만,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를 막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청년도약계좌를 신규 가입한 사람은 1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계좌 중도해지를 결정한 사람은 1000명 더 많은 1만9000명이었다. 중도해지를 하지 않고 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7140명으로, 같은 기간 중도해지자의 약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누적 기준으로는 지난달 말까지 전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의 13.7%가 중도해지를, 4.68%가 담보대출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금담보부대출이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를 방지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 대출은 더 많은 청년의 가입을 유도하고 오랜 기간 가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중 하나로, 청년들이 부득이하게 목돈이 필요해도 계좌를 해지하지 않도록 11개 은행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금리와 한도 등 대출 조건을 비교했을 때 일반 예·적금담보부대출에 비해 큰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일반 적금담보대출금리는 담보로 제공되는 적금 상품(연 2.10~3.40%)에 1~1.5%포인트(p) 가산금리를 더한 연 3.1~4.4% 수준이다.
청년담보대출은 연 5%대부터 시작한다.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설계된 청년도약계좌 특성상 기본금리가 연 4.5%로 높기 때문에 가산금리까지 더하면 대출금리는 더 높게 책정된다. 금리 인하기로 접어든 만큼 일반 예·적금 담보대출 상품과의 금리 차이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매월 일정 수준의 금액을 내기 어려운 청년의 경우, 정부기여금과 적금 이자가 대출 이자를 상쇄하지 못해 이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도 역시 한계가 있다. 청년담보대출은 적금에 들어있는 금액의 95~100%가량만을 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월 최대 납입금에 가까운 금액을 청년도약계좌에 넣을 수 없는 저소득 청년이 적금 잔액을 초과하는 목돈이 필요한 경우, 담보대출이 이 같은 급전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
매달 큰 금액을 납입할 여력이 없는 청년일수록 ‘중도해지’ 유혹에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평균 월 납입 금액이 높을수록 중도해지율이 낮았다. 올 7월 말 기준 월 최대 납입금액인 70만 원 납입자 중 중도해지자 수는 2000명으로 해지율이 0.4%에 불과했지만, 10만 원 미만의 경우 4만5000명이 중도에 해지해 해지율이 45.3%로 높았다.
이에 중도해지 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대안 마련과 담보대출 이용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원인에 대한 실태 조사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정 의원은 “담보대출이 중도해지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한 정책적 보완이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의 중장기 자산형성’이라는 청년도약계좌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며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