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고환율에 신음… 비용 오르고, 경영 불확실성도 확대

입력 2024-12-10 17:08수정 2024-12-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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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00원대 이어져… 1500원 전망도
항공-석화 등 원자재 수입 많은 기업 타격커
자동차 등 수출기업도 호재만은 아니야
미국 공장 설립 비용 증가 우려

▲탄핵 대치 정국 장기화에 급락했던 증시가 급등하며 코스피 2410선, 코스닥 660선을 회복한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7.26(2.43%)포인트 상승한 2417.84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427.10원을 나타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트럼프발(發) 달러 강세에 더해 국내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 원자재 수입이 많은 철강업 등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급등하면 원자재를 사들여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기업들로서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환율 급등은 곧 주요 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 등의 여파로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에는 고환율이 업친 데 덮친 격이다. 정유업계도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달러화로 사들이고 있어 환율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항공 업계도 비상이다. 항공기 리스비와 유류비, 정비비 등 고정비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한항공은 3분기 기준 순외화부채는 33억 달러로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 약 33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도 신년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환율이 너무 흔들려서 계획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37.0원)보다 10.1원 내린 1426.9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7원 급등에서 일부 되돌림을 나타냈다. 다만 고환율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1450원대를 넘어 1500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 고환율은 호재로 받아들여 졌던 수출 기업들도 더이상 고환율은 반갑지 않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계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수익에 긍정적 영향 미친다. 현대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때 약 1235억 원의 순이익(법인세 비용 차감 전)이 증가했다.

다만 현재는 변동성이 너무 커서 대응과 계획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라도 어느 정도는 안정적으로 가야 기업도 예측을 하고 계획을 세울 텐데 이 정도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어느 기업도 제대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기업이라고 해도 해외에서 들여오는 부품이나 원자재는 대부분 달러로 결제를 하기 때문에 고환율이 긍정적이라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수입 부품 비용이 증가하면서 내년 초 출시될 삼성전자 신제품 '갤럭시 S25' 시리즈의 가격이 직전 시리즈보다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원자잿값이 상승하면서 S25 시리즈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출고가를 저렴하게 유지해온 국내에서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원가는 감소 추세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니엘 아라우호 삼성전자 MX사업부 기획그룹장(상무)은 올해 7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원가 문제에 대해 "주요 부품 단가 인상이 지속돼 수익성 감소 우려가 있지만,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매출을 성장시키는 '업셀링' 전략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비 부담도 늘 수 밖에 없다. 특히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장비와 설비를 사는 비용이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2030년까지 총 450억 달러를 투자한다. SK하이닉스도 39억 달러를 투입해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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