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탄핵 및 특검법 공세와 수사당국의 내란죄 수사 속도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10일 윤 대통령은 7일 토요일 담화 이후 사흘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3일 계엄 선포를 기준으로는 일주일째 침묵하며 두문불출하고 있다. 현재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가 이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여러 추측이 돌았지만 대통령경호처가 "정기 성능 점검 차원의 비행이었다"고 해명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대통령실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정상 출근을 하며 비상근무를 이어가면서도 언론에 일일이 현안 대응을 하진 않고 있다. 전날 현직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의 사상 첫 출국금지 초지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당에 일임' 발언을 한 뒤 국민의힘이 내부적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입장 표명이 오히려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의 김여사 특검법 및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재발의, 수사당국의 수사, 국무총리 탄핵 추진, 야당의 감액 예산 통과 가능성 등 민감한 상황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대통령실이 입장을 표명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고, 전날 출국금치 조치를 내렸다. 특히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공모 관계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선 이번 12·3 사태에 대한 '내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때처럼 대통령실이나 관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텔레그램을 탈퇴한 뒤 재가입하는 것을 두고 강제조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때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패했던 만큼 이번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경호처와의 충돌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당에 일임' 발언 이후 여당은 원내대표 사퇴와 대통령 탄핵 이견, 대통령 거취 계획 논의 등 수습책을 둘러싼 격론을 벌이며 진통을 겪고 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대표의 한-한 담화문을 발표했지만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탄핵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자신이 속한 정당에 위임한다는 게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당에선 투표 불성립으로 탄핵안을 폐기하게 했던 지난 7일과 달리 탄핵 찬성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오는 1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현안질의에 나설 방침이다. 출석 대상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등이다. 다만 대통령실 참모들이 운영위에 참석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운영위 현안질의에는 참모들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당은 11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고, 14일 투표에 나서는 등 탄핵 공세를 끌어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