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초토화’된 금융시장…민·관 긴급회동 '시장 안정 안간힘'

입력 2024-12-09 16:00수정 2024-12-0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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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자회사 유동성 등 점검해달라"
금융지주회장들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는 게 제일 걱정"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사태 수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부터 경제수장들과 비상 회동을 이어간 데 이어 급박한 상황에 민간 금융기관들까지 긴급 소집했다. 실제 탄핵안 폐기 이후 첫 영업일 9일 금융시장엔 ‘블랙먼데이’ 공포가 현실화됐다.

코스피는 2300대까지 빠졌고, 원·달러 환율은 1437원대로 마감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 정부는 시장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과거 탄핵 정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비관적인 전망 일색이다. 초유의 정치리스크에 민간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도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자체 비상대응체제를 연장하며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경제·금융 수장들, 하루 두 차례 이상 비상대책회의 “충격 최소화 총력”

이날 오전 7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F4)이 모였다.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다. 경제·금융당국 수장 회의체인 거시경제·금융 현안회의(F4)는 계엄 선포 직후 7일을 제외하고 매일 개최 중이다.

회의가 끝난 후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곧바로 종로구 서울정부청사로 이동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을 만났다. 금융 자회사들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자금운용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하기 위함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금융지주는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도 최전방에 있다”며 “외국계 금융사·투자자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지주사의 안정성과 우리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도 적극적으로 소통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후 은행 여신·자금담당 부행장들과 회동해 다시 한번 시장 상황을 챙기고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이달 5일 증권사 CEO를 시작으로 업권별 릴레이 점검 회의를 시작한 이 원장은 6일에는 보험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와 만났으며, 10일에는 저축은행 CEO와의 간담회가 예정돼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원장 뿐 아니라 실무자들도 하루에 관련 회의만 2~3차례 열고 있다”며 “시장 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CEO들도 외국인 자본 이탈 우려

금융권도 예기치 못한 역대급 돌발상황에 혼란스런 모습이다. 이날 김 위원장 주재로 이뤄진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환율은 10원 정도까지 오르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며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는 게 제일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역시 외국인 투자자본, 환율 등에 대한 은행권 고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3일부터 금융지주 차원에서 비상점검체계를 가동 중인 상태다. KB금융은 과거 전행적으로 영향을 미친 주요 사건 및 이벤트를 바탕으로 구축된 ‘위기대응매뉴얼’에 따라 마련된 ‘KB위기대응 표준 프로세스’를 통해 대응 중이다. KB위기대응 메뉴얼은 위기상황의 경중에 따라 단계별 대응방향을 구분해 실행된다.

신한금융은 지난 주말 ‘지주 및 그룹사별 위기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정국 변화 및 장기화 우려에 따른 현황 파악과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하나금융도 자본적정성 및 유동성 지표, 환율, 주가, 금리 등 시장기반 경제변수 등으로 이뤄진 발동지표를 집중 모니터링 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대면/비대면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또한 대한민국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 주말 임원들 긴급 소집해 점검회의에 나섰는데, 이날 회의에서 임 회장은 “고객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고객 응대에 유의해 달라”며 “유동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불발에 결국 블랙먼데이 공포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7.58포인트(2.78%) 하락한 2360.58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이날 35.79포인트(1.47%) 내린 2392.37로 출발해 장중 2360.18까지 내려 지난해 11월 3일(2,351.83)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32포인트(5.19%) 하락한 627.01에 장을 마치며 4년 7개월여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날 장 마감 시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2246조1769억 원으로 계엄선포 이튿날인 4일 이후 144조 원 넘게 증발했다.

외국인의 경우 코스피 시장에서만 나흘간(4~9일) 1조 원가량 팔아치웠다.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로 1%대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치 불안이라는 겹악재가 터지자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하고 있는 것이다.개미도 ‘셀 코리아’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개인은 이날 8000억 원 순매도 하는 등 12월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1조7600억 원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도 요동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7.8원 오른 1437원으로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 이날 종가는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전장 주간 종가보다 6.8원 오른 1426원에 개장한 후 계속 오름폭을 키웠으며, 오전 한때 1438.3원까지 찍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5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악재를 선반영해 왔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유입됐다”며 “이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과 실망감, 극도로 위축된 투자심리와 수급상황으로 현재 코스피는 작은 변수에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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