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 미달에 탄핵심판‧계엄선포 심리 차질 우려
국회 몫 여‧야 입장차로 10월부터 ‘6인 체제’
헌재법상 ‘재판관 7명은 출석해야’ 심리 개시
“재판관 성향 따져볼 때 만장일치 장담 못해”
“심판 개시 후 공석 해소 시 치유될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현재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6인 체제여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커 헌재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헌재는 4일 사무처 회의를 열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이날 새벽 접수한 윤 대통령의 전날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관한 위헌소원 심판 사건 현황을 파악했다.
7인 정족수 요건 적용되지 않아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을 지낸 윤성현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에 “현재 6인 재판관 체제로 탄핵 심리는 개시하겠지만, 대통령 파면 결정까지 내리기엔 부담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탄핵 결정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보수-중도-진보’로 재판관 성향을 분류해 보면)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라고 부연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은 심판 정족수로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다. 국회에서 3명을 추천하는 자리에 해당하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후임자 인선 작업이 여‧야 이견으로 지연되면서 두 달 가까이 ‘6인 재판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올해 10월 재판관 7명을 채우지 못하면 사건을 심리할 수 없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해당 조항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형식적 절차상으로는 탄핵 인용 내지 기각 결정이 가능한 상태다.
헌재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출신 강서영 법무법인(유한) 원 변호사는 “헌재법 23조 1항의 효력 정지는 일반적 효력을 가지므로, 이진숙 방통위원장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고 헌재의 모든 심판 절차에 적용된다”면서 “따라서 탄핵 심판을 포함한 모든 사건에서 7인 정족수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때도 재판관 9명 전원이 채워지진 않았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탄핵 사건 심리 도중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헌재는 2017년 2월 이정미 전 소장마저 퇴임하기 직전 선고하면서 8명이 탄핵 심판 사건을 마무리했다. ‘8인 재판관’ 탄핵 종국 결정이 정당한지 논쟁이 일었으나, 8인 재판관 만장일치 인용 결정으로 헌법적 정당성 논란을 잠재웠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사건을 심리‧선고하는 데 헌법재판관 6명은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들에게 정치적으로 불복하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애초 심판 정족수 미달은 차원이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는 공석 중인 헌법재판관 임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헌법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조속한 재판관 선출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근 임명된 헌법재판관들 전례에 비춰볼 때 추천부터 인사청문회, 임명까지 두 달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헌재는 ‘헌법 재판은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재판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 또한 ‘국회는 공정한 헌법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하여 공석인 재판관 후임자를 선출하여야 할 구체적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면서 “6인 재판관으로 탄핵 심판을 개시한 후에도 국회가 나머지 재판관을 선출하면 공석 상태가 해소되어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출근길 취재진을 만나 “정국이 혼란스러울수록 헌법이 작동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소는 비상 상황에 신중하게, 그러나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