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100억 원 이상 초고가주택 거래 4배 늘었다…한남ㆍ성수 핫스팟

입력 2024-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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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출 문턱을 훌쩍 높이며 전국 부동산 시장이 위축을 겪고 있으나 매매액 100억 원 이상의 초고가주택 거래는 오히려 늘었다. 대출이 없어도 주택 구매 여력이 충분한 매수자들이 대부분이라 주택시장 양극화 심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3일 기준) 전국에서 100억 원 이상에 체결된 거래계약은 총 20건(계약 해지 제외)으로, 지난해(5건) 대비 4배 늘었다.

10월에만 3건의 초고가주택 거래가 발생했다. 강남구 청담동 ‘PH129’ 전용 273.96㎡(8층)가 102억4000만 원,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5.31㎡(1층)가 100억 원에 각각 거래됐다.

올해 200억 원 이상 거래는 2건으로 집계됐는데, 모두 한남동 ‘나인원한남’에서 나왔다. 이 단지 전용 273㎡(1층)는 6월 200억 원에 손바뀜하며 2021년 쓴 직전 신고가(84억 원)보다 2배 넘게 올랐다. 약 50일 후 동일 평형(1층)이 20억 원 더 오른 220억 원에 팔리면서 기록을 경신했다.

초고가주택 거래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은 고급 주거단지가 밀집한 한남동으로 올해만 9건이 성사됐다. 이어 한강 변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중심으로 몸값이 오른 성동구 성수동(5건), 정통 부촌 청담동(3건)과 압구정동(2건)이 뒤를 이었다. 서초구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서도 180억 원(전용 234㎡, 35층)의 거래 1건이 발생했다.

통상 초고가주택은 가구 수가 많지 않아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진 않지만 거래될 때마다 신고가를 다시 쓰는 경우가 많다. 22일 한남동 ‘파르크한남’ 전용 268.95㎡(4층)는 170억 원에 손바뀜하며 2021년 12월(120억 원)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는 올 9월 106억 원(10층)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6월 동일 평형이 93억 원(8층)에 계약서를 쓴 지 3개월 만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초고가주택 선호는 현재진행형이다. 올 1월 분양한 광진구 ‘포제스한강’ 펜트하우스(전용 244㎡)의 분양가는 160억 원이었으나, 2가구 모집에 최고 1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국내 아파트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웠던 ‘에테르노 청담’은 올 상반기 29가구 모두 입주를 완료했다. 단층형(전용 244㎡) 분양가가 130억 원부터 시작하고 슈퍼펜트하우스(전용 497㎡)는 300억 원으로 책정됐는데, 2020년 당시 완판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소비 양극화로 인한 베블런 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베블런 효과란 상류층 소비자들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고액 자산가들이 증가하며 희소성과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화 욕구 등 고급주택만의 특성이 베블런 효과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정보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고가주택은 가치 반영과 가격형성원리, 수요와 시장의 작용 면에서 일반적인 주택시장과 다른 차이를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고가여야 하고 질적으로도 양호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사생활 보호와 유사사회 계층 간의 커뮤니티 형성 등 수요층이 중시하는 소비 가치가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하반기 들어 폭증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전방위적 대출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고소득층이나 현금 부자는 규제 영향권에 들지 않아 초고가주택 매수세는 그대로일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초고가주택을 매수한 이들의 30%가량이 전액 현금으로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6월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는 108억 원(40층)에 팔렸는데,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별도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았다. 4월 100억 원(13층)에 거래된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2차’ 전용 244㎡ 또한 마찬가지다.

정 연구원은 “초고가주택은 일반 아파트와 달리 대출 영향이 적고 재건축 사업성 등 시황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데다 시장 침체기에 거래가 없어 하락 폭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며 “반대로 활황기에는 상방 한계가 없어 상승 탄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 수요층도 경기나 금리 등 거시적 환경 변수에서 마냥 자유로울 순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 일부는 재건축을 통해 생겨나고 있는 강남권 신축 고가주택 시장으로 흡수되는 등 하락요인 또한 상존한다.

조수연 KB부동산 연구원은 “초고가주택 수요는 소득 양극화와 함께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각 부동산의 상품성과 유효수요 변화에 따른 옥석 고르기 또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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