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기보다는 일정 금액 투자 유지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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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차별성을 가진 투자자 A씨와 B씨가 있다. A씨는 주가가 최저점일때만 골라 투자하기로 유명해 이른바 '족집게'란 별명이 붙을 정도다. 이에 비해 B씨는 투자 시점을 따지지 않은 채 매달 마지막 날이 되면 무조건 일정 금액을 투자해 '단순 무식형' 투자법에 대해 구박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장기투자 성과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흔히 최저점을 골라 투자하는 '족집게'의 수익률이 '단순 무식형' 수익률을 월등한 차이로 앞설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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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는 이러한 예상과는 전혀 다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1980년부터 2004년가지 25년간 코스피지수를 대상으로 투자 유형별 수익률을 따져본 결과 '단순 무식형' 투자자의 수익률이 '족집게' 투자자 수익률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과거 25년간 매년 코스피지수가 최저점일 때만 골라 투자한 '족집게' 투자자의 연평균 수익률(복리)은 11.09%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투자 시점을 따지지 않은 채 매달 마지막 날을 정해 일정 금액을 투자한 '단순 무식형' 투자자의 연평균 수익률은 9.55%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발생했을까?
전문가들은 이것이 바로 '정액 적립식 투자의 위력'이라고 평가했다.
즉 매달 마지막 날만 되면 무조건 정해진 금액을 넣었던 '단순 무식형'은 정액 적립식 투자의 전형으로, 투자 시점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채 무조건 장기간 적립식 투자만 해도 워렌 버핏과 같은 세계적인 투자자도 힘에 겨운 '족집게' 부럽지 않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삼성전자 주가와 미국 대표 우량주 지수인 S&P500지수를 대상으로 투자 시뮬레이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삼성전자 주가를 매년 바닥일 때만 골라 투자한 '족집게'와 투자자와 매년 말 시점을 정해 일정액을 불입한 '단순 무식형' 투자자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30.16%, 26.66%로 연 3.5%p 차이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매년 지수가 최고점일 때 주식을 매입한 '뒷북형' 투자자들과 수익률을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언뜻 생각하면 정확한 타이밍에 투자하는 '족집게'형 투자자와 큰 수익률 차이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정작 결과는 두 가지 유형 투자자의 수익률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족집게'형 투자자의 경우 앞서 언급한 연 11.09%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뒷북형' 투자자는 예상과 달리 연 8.79%의 높은 수익률을 올려 '족집게'형 투자자와 2.3%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매매 시점의 포착에 의한 수익 차이가 투자 초반에는 크게 나지만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에서는 코스피지수에 대한 수익률에서 '족집게' 투자자와 '뒷북형' 투자자의 초기 1년간 수익률 차이는 두배에 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는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뒷북형' 투자자들의 경우에도 장기간 투자를 한다면 은행권의 정기 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즉 지수의 등락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든 일반 투자자들도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오랜 기간 투자하면 은행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에 나서려는 투자자들은 자칫 지수 고점에 들어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이미 가입한 투자 상품을 지금 이익실현해야 하는건 아닌지 쉽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립식 투자의 성공 관건은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이지, '언제 가입하느냐' 여부는 수익률에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고 조언한다. 실제 과거 장기간에 걸친 투자성과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