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카드빚도 못갚는 서민들…연체율 9개월째 3%대

입력 2024-11-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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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 3.1%
지난해보다 0.5%p 늘어
다중채무자·취약차주도 증가세
금융취약 계층 연체 많아

올해 들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대출을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3.1%로 전년 동기(2.6%) 대비 0.5%포인트(p) 증가했다. 일반은행은 금융지주 아래서 카드 사업을 분사한 시중은행을 제외하고 카드업을 겸영하는 나머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올해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3%대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2014년 11월(3.4%)을 고점으로 점차 하락해 2022년 9월 1.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1월 2.2%로 반등하더니 △5월 2.7% △10월 2.8% △12월 2.8%까지 뛰었다. 올해 2월, 5월, 8월에는 연체율이 3.4%까지 치솟으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잇달아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신용카드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들을 주로 다중채무자(금융사 3개 이상에서 돈을 빌린 차주)로 본다. 고금리 장기화에 이자부담이 커지자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다중채무자는 45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8만 명) 대비 4만 명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 차주(1972만 명)의 약 23%에 해당한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차주는 129만 명으로 전년 동기(126만 명) 대비 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취약차주의 대출 잔액도 95조4000억 원으로 0.2% 증가했다.

특히 1·2금융권 대출에 실패하고 카드론 등으로 소액 급전이라도 쓰려던 차주들이 벼랑 끝에 몰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금융권은 지난해부터 대출 심사를 강화해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를 위주로 신용대출을 내주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신규 대출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실제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97조89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08조1741억 원)와 비교해 10.7% 감소했다. 이미 대출을 최대한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들이 마지막으로 카드 대출을 받았다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은행 신용카드 연체율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악성 연체 대출 일부를 털어내며 9월엔 연체율이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3%대의 높은 연체율이 이어지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연체율이 3% 후반대로 올라서면 2003~2005년 카드 사태 이후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종전 최고치는 2005년 8월의 3.8%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카드 대출은 소액 대출이 많아 은행의 리스크 관리에 문제는 없다”면서도 “연체자의 대부분이 젊은 층과 금융취약 계층인 경우가 많아 부실 확산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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