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슬롯머신 당첨금으로 재산 은닉…국세청, 고액 체납자 696명 적발

유튜버 등 고소득 프리랜서 소득 자료 활용으로 강제징수 강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재산 은닉 체납자 하반기 287억 원 압류
올해 10월까지 재산추적조사로 2조5000억 원 징수

▲국세청이 거짓으로 상속을 포기, 상속재산을 빼돌려 골드바로 은닉하고 개인금고에 숨긴 양도소득세 체납자의 현금 등 2억 원을 징수했다. 사진은 징수 당시 금고에 보관된 현금과 골드바 구입 내역 및 압수한 핸드폰. (사진제공=국세청)

#A씨는 대표로 있는 부동산분양대행업 법인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아 제2차 납세의무자(100%)로 지정돼 체납이 발생했다. 그러나 그는 강원랜드에서 수억 원의 슬롯머신 당첨금을 수표로 받아 체납액을 납부할 여력이 충분함에도 납부를 피했다. 정부는 체납자와 친·인척 등에 대한 금융조회를 하는 등 재산추적조사를 통해 A씨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화장품 제조업 대표인 B씨는 가공세금계산서를 수취한 사실이 확인돼 고지된 부가가치세를 체납했으나 수억 원의 리스보증금과 고액의 월 리스료를 지급해 최고급 수입 명차를 이용하며 서울 인기 지역의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호화생활 영위하면서도 체납된 국세는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 정부는 체납자 소유의 고가 아파트는 즉시 공매 의뢰하고, 개인 명의로 예치한 리스보증금을 압류 조치하는 한편, 리스보증금과 월 리스료의 자금출처 확인을 위한 재산추적조사를 벌였다.

재산을 숨겨 세금을 내지 않거나, 수입 명차 리스·이용 및 고가 와인 구입 등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세금을 체납한 자는 물론, 유튜버 등 고소득 프리랜서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은닉·이전 체납자들이 정부의 재산추적조사를 통해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지능적인 수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은 내지 않은 채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체납자에 대해 재산추적조사를 벌여 696명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주요 재산추적 대상자는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도박당첨금 등을 은닉한 체납자 216명 △허위 가등기 등으로 특수관계자에게 재산을 편법 이전한 체납자 81명 △수입 명차 리스·이용, 고가사치품 구입 등 호화생활 체납자 399명 등 총 696명이다.

▲강원랜드 슬롯머신 당첨금을 은닉한 부동산분양업체 대표 사례 (자료제공=국세청)

구체적으로 세금은 납부하지 않은 채 경마와 경륜, 슬롯머신 등 사행성 게임에 참여하고 고액의 당첨금을 수표로 받아 재산을 숨긴 체납자와 사업소득 등을 빼돌려 특수관계자 명의로 해외보험에 가입, 보험료를 외화 송금하고 보험금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등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금융 조회를 통해 당첨금 사용처를 추적하는 한편, 보험료 해외 송금액의 자금출처 확인, 발행 수표의 지급정지 및 지급청구권 압류 등 재산추적조사를 진행 중이다.

▲배우자 명의로 허위 가등기 설정하여 재산을 편법 이전한 체납자 (자료제공=국세청)

이와 함께 체납발생 전 배우자에 허위로 가등기를 설정하고, 체납발생으로 부동산이 압류되자 가등기를 본등기로 전환해 소유권을 특수관계인에게 이전한 체납자 등이다. 허위 근저당을 설정해 경·공매 시 특수관계인이 국세보다 우선해 배당금을 수령하게 한 것이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해 명의를 원래대로 회복하기 위한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체납처분 면탈행위가 확인 시 체납자 및 관련자를 고발 조치한다.

▲세금납부를 회피한 채 최고급 수입명차를 리스하여 이용, 호화사치 생활을 누리고 있는 체납자 (자료제공=국세청)

롤스로이스 등 수입 명차를 직접 리스해 이용하거나, 회사 명의로 리스 차량을 이용하는 체납자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자녀 유학자금 명목으로 해외에 고액 외화를 송금하거나, 고가 사치품을 구입해 호화롭게 생활하고 있는 체납자를 적발했다고 설명하며, 이는 성실한 납세자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대다수 국민에게 허탈감을 주는 등 성숙한 납세 문화 정착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체납자라고 강조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리스보증금을 압류하고 리스료, 유학자금 등의 자금출처를 확인해 재산추적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체납자의 실거주지, 사업장을 비롯한 재산은닉 혐의 장소에 대해 탐문·잠복·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현장징수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능적인 수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은 내지 않은 채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체납자에 대해 재산추적조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국세청)

국세청은 올해 10월까지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재산추적조사로 총 2조5000억 원을 현금 징수하거나 채권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재산은닉행위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징수할 것"이라며 "고액·상습체납자의 숨긴 재산을 찾아 징수하는 데 국민 여러분의 신고가 큰 도움이 되므로 국세청 누리집 등에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등을 참고해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