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무인데…1호봉이 남자 9만6000원, 여자 8만9000원?

(이투데이 DB)

마트·유통업체와 식품제조업체 3곳 중 1곳은 고용형태나 성별을 이유로 수당·상여금 등을 차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체는 같은 업무에도 성별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책정했다.

고용노동부는 마트·유통업체 15곳과 식품제조업체 83곳 등 총 98개소를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진행한 결과, 37곳에서 불합리한 차별이 적발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감독은 저축은행, 확정된 차별 시정명령 사업장에 이은 세 번째 고용형태·성별에 따른 차별 근절 기획감독이다.

위반 사업장 중 비정규직 차별은 33곳, 성차별은 5곳, 둘 다 위반은 1곳이었다.

비정규직 차별 사례를 보면 정규직과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에 합리적 이유 없이 식대와 명절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곳이 18곳으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A 마트는 주 40시간 근로자에게만 명절 상여금, 장기근속 포상, 특별휴가 등을 부여했다. B 업체는 정규직에 하루 7000원씩 월 15만 원 내외의 식대를 지급하나, 비정규직에는 월 10만 원만 지급했다. 이 밖에 성과급과 명절선물, 연차유급휴가, 경조 축의금 등을 차별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이들 사업장 중 13곳은 내부 규정에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었다. 고용부는 규정을 즉시 개선하도록 조치했으며, 미지급 금품 총 7100만 원도 지급하도록 했다.

성차별은 같은 업무를 수행함에도 임금을 다르게 책정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C 업체는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남성의 1호봉을 일급 9만6429원으로 책정하면서 여성 1호봉은 8만8900원으로 책정했다. 채용공고상 월급을 남성 220만 원, 여성 206만 원으로 제시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5개 사업장에서 불합리하게 미지급된 금품은 총 1억4000만 원이었다. 고용부는 미지급 금품 전액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려 즉시 개선했다.

한편, 비정규직 차별과 별개로 단시간·기간제 근로자에게 시간 외 수당이나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장도 26곳이 적발됐다. 고용부는 단시간·기간제 근로자 1862명에 대한 미지급 수당 4억200만 원을 즉시 지급하도록 조치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노동시장의 양극화 타개를 위해서는 누구라도 고용형태나 성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며 “연중 릴레이 기획 감독을 통해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하는 한편, 차별 개선 컨설팅 등으로 현장 인식과 관행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