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대안은 스마트팜…이마트 협업 농장서 찾은 해법 [가보니] [식탁 지배하는 이상기후]

입력 2024-1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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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씽 이천재배농장, 로메인ㆍ바질 등 9종 재배

흙 대신 ‘재배모듈’로 실내 수경재배
공조시스템·IoT 기술 집약해 자동화
CJ프레시웨이·농심 등도 스마트팜 사업

▲엔씽 이천재배농장 엽채류 재배실 내부. (김지영 기자 kjy42)

장마·폭염 등 자연재해 여파 없이 일정한 품질로 채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공급 이슈에 따른 가격 변동도 없고요.

20일 경기도 이천 부발읍에 있는 엔씽 이천재배농장. 이날 현장에서 본지와 만난 김혜연 엔씽 대표는 "이상기후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고 농업생산 인구도 급감하고 있는 국내에서 스마트팜은 식품업계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대표의 안내에 따라 농장 내부에 들어서니 양옆으로 '재배동'이 드넓게 펼쳐졌다. 총 1256㎡(약 380평) 규모 공간에 32개 재배실로 구성된 실내농장에서는 로메인, 바질, 버터헤드, 고수 등 이마트에 납품하는 스마트팜 채소 9종을 키우고 있었다.

재배실 내에서 흙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수직으로 쌓아 올린 흰색 '재배모듈'이 양옆으로 빼곡히 차 있고 층층이 다양한 채소가 자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채소가 자라는 모듈 상단 부분을 들어 올리자 한눈에 보기에도 깨끗한 물이 관을 타고 흘렀다. 채소는 각종 영양액이 첨가된 관수 장비에 뿌리를 담그고 자라는 방식이다.

▲엔씽 이천재배농장에서 재배모듈 상단을 들어올리자 수경재배 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채소를 키우기 위한 적절한 실내환경 구축을 위해 각 공간마다 선풍기, 에어컨 같은 냉난방 장치와 환풍기 등 시스템이 갖춰진 점도 눈에 띄었다. 적절한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유지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시스템도 갖췄다. 로메인ㆍ버터헤드 등 엽채류 재배실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반면 바질, 딜 등 허브는 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도를 자주 바꿔가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때문에 허브 재배실 내부 온도가 엽채류 재배실보다 춥게 느껴졌다. 바질의 경우 적정 온도보다 기온이 낮으면 보라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수확 2~3일 전에 미리 온도를 낮춰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경우 추위에 강해져 더 오랜 기간 변색을 막을 수 있다.

엔씽 이천재배농장은 24시간 돌아가지만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했기 때문에 통상 7명의 인력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잡초와 미생물 제거를 위한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아 안전하고, 물 사용량도 기존 재배방식 대비 적어 친환경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 대표는 "수확 후 2~3일 후면 물러지는 기존 채소와 달리 스마트팜 재배 시 냉장 보관만 잘 하면 최장 한 달까지도 멀쩡하다"며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아 미생물이나 균이 옮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엔씽 이천재배농장에서 이마트 납품을 위해 포장을 마친 버터헤드. (김지영 기자 kjy42)

다른 업체들도 스마트팜을 통해 식재료의 가격 급등에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J프레시웨이는 2022년부터 노지 스마트 농업 기술을 적용해 마늘, 양파, 감자 등 작물을 지역농가와 함께 재배 중이다. 이밖에 농심은 수직농장과 유리온실을 결합한 모델을 개발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했고, 풀무원은 수온 상승으로 인한 김 원초 가격 상승에 대응해 육상에서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팜으로의 전환은 상품 공급의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유통사들의 부담도 덜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스마트팜 채소는 계절에 상관없이 일정한 품질과 생산량을 기반으로 연중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 중"이라며 "올해 상반기 기준 스마트팜 상품 8종의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신장하는 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스마트 농업 기술을 적용해 관수작업 중인 충북 보은군 소재 CJ프레시웨이 협업 농장. (사진제공=CJ프레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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