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7개 불공정 약관조항 철퇴…국내 법령 준수 명확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가 자사의 귀책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경우 한국 법에 따라 배상책임을 지게된다.
또한 알리ㆍ테무가 매우 광범위하게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온 행위가 제한되고, 한국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한국 법원의 재판 결과를 따라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ㆍ테무가 사용하는 이용약관을 심사해 총 13개 유형, 47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20일 밝혔다. 47개 불공정 약관조항은 알리 16개, 테무 31개다.
지난달 말 기준 월 1000만 명 정도의 우리 국민이 저가 제품을 앞세운 알리·테무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쿠팡(3203만 명)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알리ㆍ테무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이들 플랫폼을 통한 위해물품의 유입, 개인정보의 유출 등 국내 소비자의 피해가 커짐에 따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공정위는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상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조항이 있는지를 면밀히 심사했다.
공정위가 적발해 시정한 주요 약관은 플랫폼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거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이다. 알리·테무가 사용하는 해당 조항은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손해배상범위를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알리·테무가 고의·(중)과실 범위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며, 한국 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특히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 발생 시 연락할 수 있는 경로를 명시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방침도 명확히했다.
이용자의 개인정보 및 콘텐츠를 부당하게 수집·활용하는 조항도 시정됐다. 그간 알리·테무는 이 조항을 통해 매우 광범위하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용기간 등을 명시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와 공유해왔다. 특히 해당 조항은 이용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고 알리·테무에 영구적인 사용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공정위는 알리·테무가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을 구체적으로 한정토록 했다. 이와 함께 이용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제공한 콘텐츠를 처분할 수 있는 권리도 명시토록 하는 등 부당한 내용을 더 이상 포함하지 않도록 시정했다.
알리·테무가 이용자와의 분쟁에 대한 전속관할을 각각 홍콩 법원, 싱가포르 법원으로 정한 조항도 문제가 됐다. 한국 소비자가 알리·테무와의 분쟁 시 한국 법원에 소제기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서다.
신용호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분쟁 발생 시 우리나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약관을 시정했다"며 "이로써 알리·테무는 국내 법원의 재판 결과와 한국 민사소송법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계정 해지 사유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사전 통지 없이 계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 △웹 사이트 접속 행위를 약관 변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로 의제하는 조항 등도 삭제하거나 수정해 불공정성을 해소했다.
신 과장은 "이번 시정 조치는 외국 사업자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려면 최소한 '국내 수준'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국내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중 최대 쇼핑·해외직구 집중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알리·테무의 약관을 정상화함으로써 1300만 명에 달하는 해외직구 이용 국민의 권익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