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 앞두고 부진 계열사 고강도 구조조정 '비상경영'
변화 대응 늦다 지적에 발 빠른 쇄신 주목
혁신 함께 할 임원, 연말인사서 전진배치 가능성
올해 ‘비상경영’을 선언한 롯데그룹에 올 연말 인사 태풍이 예고되는 만큼, 관건은 실적 중심의 ‘성과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세 경영을 통해 쇄신 페달을 밟은 롯데그룹이 구조조정을 통해 옛 조직문화를 깨고 얼마나 환골탈태 할 지 주목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예고된 내년도 인사 키워드는 ‘성과주의’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최근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한 영향이 크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근속연수 20년 이상 또는 나이 50세 이상 사원 등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는다. 앞서 롯데면세점, 롯데온, 세븐일레븐 등도 희망퇴직에 돌입하는 등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
재계는 롯데지주가 8월 비상경영 선언 이후 최근 잇달아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3세 경영을 본격화한 신동빈 롯데 회장의 ‘혁신 의지’가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다. 특히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이 그룹 내 종횡무진하고 있는 점도 이번 인사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신 전무는 최근 국내외 크고 작은 그룹 행사 현장에 나타나,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3세 승계에 속도가 붙고 있는 셈이다.
신 전무는 지난달 재개장한 ‘타임빌라스 수원’에 등장했다. 신 전무는 김상현 유통군HQ 총괄대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등 경영진들과 현장을 살폈다. 그는 또 최근 일본 롯데면세점 도쿄긴자점 리뉴얼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참여한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찾기도 했다. 6월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롯데호텔앤리조트의 북미 첫 L7 호텔 ‘L7 시카고 바이 롯데’ 개관 행사에 참석했다.
제계 관계자는 “롯데의 3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 하면서 그룹 내 보수적인 조직문화, 특히 안분지족하는 분위기가 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서 나고 자란 신 전무는 해고 문화에 익숙한 미국에서 대학 공부를 한 터라, 기존보다 더 강력한 구조조정과 성과주의를 중시할 경향이 짙다”고 분석했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산업 트렌드에도 롯데의 대응은 한 박자씩 늦었던 게 사실이다. 재계는 특히 2015년 발발한 일명 ‘형제의 난’이 롯데 미래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본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하면서 시장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했다. 특히 일본 롯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했으나, 사드(THAA) 배치와 신 회장의 사법 리스크, 팬데믹 등 악재가 이어진 영향도 컸다.
팬데믹에 따른 이커머스 활황 특수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 점도 롯데의 뼈아픈 실책이다. 쿠팡 등이 이커머스와 물류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할 때 롯데는 오프라인 유통을 고집했다. 2020년 뒤늦게 통합 온라인 앱 롯데온을 선보였지만 계열사 간 시너지 실패만 거듭했다. 롯데온은 2020년 출범 후 현재까지 적자 행진 중이다. 국내 최초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보유했지만, 롯데는 팬데믹 당시 근거리 오프라인 쇼핑 채널의 역할도 다하지 못했다. 엔데믹 이후에도 MZ세대를 타깃으로 편의점 업황이 호황을 누렸지만, 미니스톱 인수에 너무 많은 실탄을 써 신성장동력 개발에 다소 늦었던 게 사실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변화가 늦다는 것은 안정적인 선택을 중시한다는 뜻”이라면서 “롯데 유통의 본류인 백화점은 그나마 잘됐지만, 기민한 변화가 필요한 이커머스 등에선 성과가 더뎠다”고 꼬집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연말 인사에서 신 전무의 뉴롯데 혁신을 뒷받침할 임원들이 수면 위로 전진배치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