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상륙 42년..서민들은 '낯설다'

입력 2009-07-15 14:15수정 2009-07-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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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대출로 서민정책 외면..선진 노하우 도입도 미미

외국계은행이 우리나라에 상륙한지 42년이 흘렀지만 높은 대출금리와 서민금융 지원 외면으로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첫 상륙한 은행은 1967년 'JP모건체이스뱅크'가 인수한 '체이스맨하탄뱅크'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해 한국씨티은행이 두 번째로 한국시장을 밟았고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위기를 극복했다.

결국 당시 급성장하는 한국 금융시장에서 발생된 위기는 모두 겪은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외국계은행들이 국내 금융시장에 기여한 역할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서민금융지원 외면을 꼽는다.

일부 국내은행들이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 인하와 서민지원 확대에 나서고 있는 반면 외국계은행들은 지주사 전환 등 덩치키우기에만 급급한 채 대출 금리여부는 아예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지주사를 설립한 SC제일은행은 다음 달 3일부터 연 4.1%의 이자를 지급해온 ‘두드림통장’의 예금금리를 0.5%포인트 인하키로 했다.

두드림통장은 첫 예금 후 30일까지는 연 0.1%, 31일 이후에는 연 4.1%의 금리를 제공했으나 앞으로는 첫 예금 후 30일까지는 연 0.01%, 31일 이후에는 연 3.6%가 적용된다.

또 퍼스트 정기예금(12개월)도 지난 1일부터 3.9%에서 3.8%로 0.1%포인트 낮췄다.

연내 지주사를 설립하겠다고 알려진 한국씨티은행은 대출금리 인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직장인신용대출 1년 만기는 기존 7.35%~7.50%에서 7.74%~7.89%로 최고 0.39%포인트 인상했다.

2년 만기도 8.20%~8.35%에서 8.47%~8.62%, 3년 만기 역시 8.75%~8.90%에서 8.96% ~9.11%로 올렸다.

외환은행은 오는 9월 출범할 예정인 민간 배드뱅크 참여를 돌연 취소해 아예 민간 배드뱅크 설립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로부터 민간 배드뱅크 출자 참여를 요청받고 적극적으로 검토했지만 NPL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데다 경영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하게 불참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민간 배드뱅크 설립에 불참은 대주주인 론스타 등 주주들의 반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배드뱅크가 5년 동안 운영된 뒤 청산하고 이때 이익을 출자 은행에 배당하는 구조여서 도중에 외환은행이 매각되면 평가이익 산정 등이 어려워 출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유다.

결국 최근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영세민 대출금리를 낮추고 서민 대출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시행한 일과 비교하면 대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외국계은행은 국내은행과는 달리 일반서민들보다는 중소기업이나 부유층을 상대로 영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지주사로 전환이 된다고 해도 서민들을 외면하는 것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선진국의 금융노하우 도입도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오면서 선진화 된 금융상품을 내놓거나 금융 노하우를 도입해줌으로서 파급효과를 미쳐야 했는데 전혀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오히려 외국계은행들이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국내 은행을 금융 흐름에 따라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외국계은행들은 어차피 해외자본을 끌어들여 우리나라에 투자한 것인 만큼 굳이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 최소한의 금융당국 규제만 지키고 수익만 내면 그만이기 인식이 지배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소 관계자 역시 "외국계은행은 영업망이 작아 서민금융과는 처음부터 거리 있는 영업을 해왔다"면서 "우리나라에 정착해 수익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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