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롯데그룹 세대교체론...신유열 전무, 지분 확대·전면 등판
롯데 내년도 정기인사서 임원인사 폭·신유열 승진 여부 관심
연말 인사를 목전에 둔 롯데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한때 ‘정년 보장’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롯데는 올해 6년 만에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이후 각 계열사에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또 지주사와 화학군 계열사 임원은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재계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가 올해 지분 확대와 함께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 이번 인사의 중대 키워드라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신 회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한 ‘뉴롯데’보다 한층 더 혁신하는 뉴롯데 시즌2가 시작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내년도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무엇보다 신유열 전무의 3세 승계를 지원사격하는 인사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또한 비상경영 체제에 부응하는 ‘강력한 혁신’ 리더십을 갖춘 인사도 주목된다. 이로 인해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앞날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부회장)와 이영구 롯데웰푸드대표(부회장), 박윤기 롯데칠성 대표(부사장),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부사장),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부사장),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전무) 등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미 롯데그룹 각 계열사는 임원인사에 앞서 자체적으로 강력한 쇄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이달 4일까지 만 45세 이상 또는 현 직급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세븐일레븐이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은 1988년 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그룹의 비상경영 체제에 적극 부응, 고강도 조직개편에 나선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이자 세계 시장 4위인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 급감으로 상반기 46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는 6월 사실상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어 8월엔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치라며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부 롯데온도 5월 들어 근속 3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온의 희망퇴직도 올해가 처음이다. 롯데온의 매출은 상반기 기준 5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줄었고 영업손실은 423억 원에 달했다. 롯데온의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5000억 원을 넘어섰고, 설립 이래 줄곧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년 명예퇴직을 단행했던 롯데호텔앤리조트도 4년 만에 구조조정에 나섰다. 올해 3분기 적자 전환한 롯데케미칼도 구조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들도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달부터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한다. 롯데지주 임원은 이달부터 급여의 20∼30%를, 롯데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은 급여의 10∼30%를 각각 자진 반납한다. 급여 자진 반납이 몇 개월 동안 이어질지는 미정이다.
이런 가운데 신유열 전무가 이번 인사를 통해 얼마나 그룹 내 영향력이 커질 지도 관심사다. 신 전무는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맡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며 그룹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는 중책을 맡았다.
신 전무는 최근 잇달아 신 회장과 동행하거나, 혹은 단독으로 국내외 그룹 행사에 참석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번 인사에서 신 전무의 부사장 승진을 점치기도 있다. 불과 1년 만의 승진이나, 비상경영 혁신 기조에 맞춰 롯데그룹의 3세 승계 시계도 빨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