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취소·지연에 당첨자 뿔났다… ‘청약통장 부활’에도 소송 예고

입력 2024-10-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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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간과 공공 사전청약에서 본청약 일정이 미뤄지거나 아예 취소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정부과 한국주택도시공사(LH)를 상대로 한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공공과 민간 사전청약에서 연이은 본청약 지연과 취소가 발생하며 당첨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정부는 이들의 피해를 최대한 보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피해 당첨자들은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며 맞서는 모습이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천 영종국제도시 A16BL 제일풍경채 시행사인 제이아이주택은 사전청약 당첨자에 사전 공급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했다. 2022년 사전청약을 완료한 단지로 7월 본청약이 내년 상반기까지 미뤄졌다가 결국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서 올해 본청약이 취소된 민간 사전청약단지는 7개로 늘었다. 앞서 △인천 가정2지구 2블록 우미린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 등이 사업 취소를 결정한 바 있다.

향후 본청약 취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부 집계 결과 지난달 말 기준 민간 사전청약을 실시한 45개 단지 중 본청약을 앞둔 곳은 21개로 90% 이상(17개 단지)이 예정일을 넘겼다.

공공 사전청약은 사업 지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까지 진행된 전국 공공 사전청약은 99개 단지(5만2000여 가구)지만 최초 공고했던 본청약 일정을 따른 곳은 1개 단지 뿐이었다. 84개 단지는 본청약 일정을 미뤘다.

사전청약과 본청약의 시차로 인한 분양가 상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본청약을 진행한 인천계양 A2는 사전청약 당시 공고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분양가가 산정됐다. A2 블록의 전용면적 84㎡ 확정 분양가는 최고 5억8411만 원으로 사전청약(2021년 7월) 당시 추정 분양가(4억9387만 원)보다 9024만 원(18%) 상승했다. 이에 사전청약 당첨자 562가구 가운데 41.8%인 235가구가 본청약을 포기했다.

사전청약은 착공 시점에 진행하는 청약접수를 1~3년 정도 먼저 실시하는 제도다. 2009년 처음 시행된 이후 입주 지연이 빈번이 일어난다는 이유로 폐지됐으나 2021년 급등한 집값을 잡고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재도입됐다.

당시 공공뿐 아니라 민간 공급주택까지 제도를 확대했다. 그러나 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입주 연기와 분양가 상승 등에 다시 발목을 잡히며 도입 1년 4개월 만에 민간 사전청약부터 차례로 중지됐다.

본청약을 기다리며 자금 마련에 매진했던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청약 취소와 분양가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의 피해는 더 큰 상황이다. 사전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다른 아파트 본청약에 청약통장을 접수할 수 있었던 공공 사전청약과 달리, 민간의 경우 당첨자 지위를 포기해야만 가능했다.

국토부는 부랴부랴 구제책 마련에 나섰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의 중복 청약을 허용하고, 사업 취소로 피해를 본 이들의 청약통장 가입 이력을 복구하는 한편 납입 횟수와 납입액도 인정해주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또한 사전청약 단지의 본청약 시 분양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두 시점 사이 땅값이나 공사비 등 상승 요인은 반영하되 분양가 인상분이 온전히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만 전가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사업 취소 피해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청약통장을 되살리더라도 시간 경과에 따라 당첨자 자격 요건이 바뀌거나 부모의 사망이나 미성년 자녀의 성장 등으로 특별공급 자격이 사라지는 등의 변화는 보상이 불가해서다.

사전청약 취소 피해자 A씨는 “2년의 기다림 끝에 돌아온 건 청약이 취소됐다는 문자 한 통이었다”며 “잃어버린 시간과 기회비용은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데 청약통장만 부활시킨다는 건 무의미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사전청약 취소 단지에 대해선 당첨자 지위 승계를, 분양가 상승 단지의 경우 인상률 제한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전청약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문을 통해 “이미 사전청약이 취소된 단지와 앞으로 사전청약이 취소되는 곳도 해당 사업지에 한 해 당첨자의 지위가 유지돼야 한다”며 “사전청약 시 공고된 추정분양가를 과도하게 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상승으로 본청약을 공고하라”고 강조했다.

국토부와 LH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도 추진한다. 국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도입한 사전청약을 취소하는 것은 헌법상 주거권 침해임을 근거로 들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위헌 판결이 나오려면 공익보다 피해자들의 손해가 더 커야 하는데, 정부가 정책을 통해 일정 부분 보완에 나선다면 주거권 침해가 그렇게 크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사전청약 계획대로 본청약을 문제없이 진행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이익 등을 근거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사전청약 취소로 인해 전반적으로 하락한 청약제도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주예정일이 연기되는 등 사전청약의 문제와 한계는 도입 초기부터 지적됐다”며 “이미 검증된 선분양 제도의 활용을 늘리는 한편, 보다 현실적인 청약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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