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몰래 유관회사 차려 35억 챙긴 직원...법원 "손해배상 해야"

입력 2024-10-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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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투데이DB)
다니던 회사인 쿠팡 몰래 유관회사를 차려 35억 원의 수익을 낸 직원에게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5-2민사부(김대현 강성훈 송혜정 판사)는 쿠팡 주식회사가 자사 직원이었던 이 모 씨와 이 씨가 설립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씨는 쿠팡에게 업무상 배임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쿠팡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이 씨는 당초 2019년 1월 쿠팡에 입사해 대형가전 팀에서 일했다.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가전의 빠른 배송·설치를 담당하는 위탁업체를 선정하는 등 관련 실무를 맡았다.

문제는 이 씨가 6개월가량 일한 그해 7월 자신의 아버지 이름으로 별도 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된다.

기업관리용 소프트웨어 개발, 가전제품 도소매 등의 사업 내용을 표방하며 설립된 A 회사는 쿠팡과 대형가전의 빠른 배송·설치 서비스에 대한 위탁계약을 체결한 B 회사와 몰래 별도의 계약을 맺기에 이른다.

A 회사가 B 회사에게 물류, 배송, 설치 등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기업관리용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케팅 업무를 맡아주겠다며 쿠팡으로부터 나오는 영업이익의 30%를 받기로 한 것이다.

쿠팡과 위탁계약을 맺은 B 회사는 2019년 22억 원이었던 매출액이 2020년 131억 원으로 6배가량 크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이 씨 역시 무려 35억 원에 달하는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그로부터 1년 10개월가량이 흐른 2021년 5월에야 해당 사실을 알게된 쿠팡은 내사를 거쳐 이 씨를 해고하고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내사 결과 이 씨가 회사 설립 당시 자신의 행위가 취업규칙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도 밝혀졌다.

1심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쿠팡 손을 들어줬고, 이 씨가 항소했지만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역시 최근 비슷한 결론을 내놨다.

2심 재판부는 쿠팡과 이 씨가 체결한 고용계약서의 상세 내용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이 씨는 고용 기간과 계약해지 뒤 1년 동안은 쿠팡의 사업 내용과 유사한 일을 벌이거나 쿠팡 거래처와 사업을 벌일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이 씨는 쿠팡 서비스를 위한 수탁업체 선정 과정에서 전반적인 실무를 담당한 사람으로 쿠팡의 이익을 위해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배하고 쿠팡 몰래 A 회사를 설립해 B 회사와 별도 업무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B 회사가 쿠팡 서비스를 위탁받아 수행함으로써 얻는 영업이익의 30%를 지급받았고, 쿠팡은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B 회사와 가격협상을 했을 경우와 비교했을 때 위탁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한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씨가 배상해야 할 금액은 1억8000만 원가량으로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크지 않다.

이 씨가 재판 과정에서 사업상 지출했다고 주장한 전산시스템 비용, 창고 임차료, 사무실 임차료, 개발·비개발 인력 인건비, 공과금, 통신요금, 법무비용, 인테리어 비용 등을 모두 공제했을 때 남는 금액이 4억1000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쿠팡이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 씨의 '배임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으로 약 1억 원을 청구한 점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 씨가 주장하는 각종 비용을 모두 공제해도 업무상 배임으로 인해 배상해야 할 쿠팡의 손해액은 쿠팡이 청구한 1억 원은 초과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 씨의 배임에 대한 손해배상 금액을 최종 1억 원으로 책정했다.

재판부는 여기에 이 씨에게 경업금지조항(사용자와 경합하는 업무를 행하지 않을 의무) 위배에 따른 3000만 원, 업무방해에 따른 5000만 원을 더해 총 1억8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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