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국 침체에도 끄떡없는 韓은행…신사업 선점 잰걸음 [K금융, 퀀텀점프⑤끝]

입력 2024-10-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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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급증‧대출수요 둔화
현지은행 수익‧건전성 악화일로
韓은행, 금감원 기준 충당금 쌓아
디지털 사업 강화‧충성고객 유치

동남아시아 모든 공항에서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광고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다. 1967년 한국외환은행(현 하나은행)이 동경, 오사카, 홍콩지점을 동시 개설하면서 해외에 첫 깃발은 꽂은 지 58년 만이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금융사들은 단 한번도 멈추지 않았다. 꾸준한 인수합병(M&A)으로 영토를 확장했고 점포도 늘렸다. 신사업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현지 기업들의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시적인 부침을 겪고 있으나 그 동안 뿌렸던 씨앗은 언제든 수확할 수 있는 열매로 자라났다.
최근 세계로 비상하는 ‘K산업’을 통해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퀀텀 점프’할 준비가 돼 있는 한국 금융사들의 글로벌 전략을 짚어본다.

▲프놈펜 여행 명소 중 한 곳인 로얄 팰리스 공원 옆에 위치한 캄보디아우리은행. 현지 은행 관계자는 “톤레삽 강에서 유람선 투어를 하다 보면 로얄 팰리스의 멋진 풍경과 함께 캄보디아우리은행이 자연스레 보인다. 홍보로 탐나는 자리”라고 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캄보디아 사업 확대에 열을 올리던 국내 은행들의 최근 화두는 리스크 관리다. 부실채권(NPL) 급증으로 캄보디아 은행권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하면서다.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기준대로 충당금을 쌓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캄보디아 법인인 KB프라삭은행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으로 5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806억 원) 대비 68.5% 감소한 수치다. 캄보디아우리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252억 원에서 올 상반기 121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신한캄보디아은행의 순이익은 51억 원에서 85억 원으로 늘었다.

은행권은 경제 성장률이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대출 수익성이 높은 캄보디아를 ‘제2의 베트남’ 시장으로 주목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NBC)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대출액은 총 576억 달러로 GDP(309억 달러)대비 186% 높다. 그동안 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는 높은 예대마진을 확보해 수익을 올려왔다. 지난 2015~2023년 은행권의 달러화 기반 연간 평균 대출금리는 11%다.

그러나 과도한 신용 팽창과 부채 증가로 은행 산업의 ‘호시절’은 끝이 났다. 부실채권(NPL) 비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대출수요 둔화와 은행권의 여신심사 강화에 따라 여신증가율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는 하락했다.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 시내에 있는 타파나은행(SATHAPANA BANK) 빌딩. 프놈펜에 있는 높은 건물 대부분이 은행으로, 현재 상업은행과 특수은행은 68개에 달한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정부의 낮은 은행업 인허가 요건 충족 기준도 양날의 검이 됐다. 현재 은행권으로 분류되는 상업은행과 특수은행은 68개에 달한다. 전체 은행시스템은 △상업은행 59개 △특수은행 9개 △마이크로파이낸스사(예금 수신 가능 회사 포함) 88개 △ 금융리스사 14개 △ 농촌 여신사 115개로 총 285개의 금융사로 구성된다.

현지 A 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우 사무소를 만들고 4~5년 이상 있어야 지점 라이센스가 나온다. 반면 캄보디아는 상업은행의 경우 자본금 7500만 달러만 있으면 라이센스를 준다”면서 “은행이 많다 보니 대출이 쉽게 나가는 경향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7~8년 전부터 너무 많은 대출이 나간 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파산하거나 철수하는 은행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국내 은행의 도산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금감원의 기준대로 큰 규모의 충당금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B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기준대로 충당금을 쌓다 보니 캄보디아에 진출한 외국 은행보다 충당금이 크다. 경쟁의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현재 시기에는 맞다고 본다”면서 “캄보디아는 은행간 대출과 같은 거래가 없어 연쇄도산의 위험도 적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의 교통 수단인 뚝뚝에 걸려있는 결제 QR코드.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해당 QR코드를 촬영하면 예치금으로 결제된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와 동시에 ‘디지털 강화’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디지털에 힘쓰는 건 고객들의 연령이 낮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캄보디아의 평균 연령은 25.6세로 30대 후반~40대 초반이 경제 주체다.

이에 캄보디아는 QR코드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이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QR 결제는 전년 대비 7배 증가했다. 결제할 때마다 은행 앱을 통해 QR코드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QR 결제 시장 및 디지털 강화는 은행 앱 유입과 고객을 묶어두는 전략이다. 실제 KB프라삭 앱의 월간활성화지수(MAU)는 8월 말 기준 51만 명으로 대출 고객 대부분이 적극적으로 앱을 이용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에서 고민해 볼 먹거리는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송금하는 서비스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와 달리 캄보디아에 있는 한국 교민들은 1만 명에 불과하고, 진출한 기업도 부영그룹을 제외하고는 규모가 작다. 반면 올해 상반기 캄보디아 외국인 근로자는 7만199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9654명)보다 1만2339명 늘었다.

현지 C 은행 관계자는 “국내 시중 은행들이 고객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미 대부분 국민이 은행을 이용하고 있고, 출생률도 줄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외국인 근로자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만큼 시중 은행들도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인들의 니즈도 있다.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보파(가명‧29)씨는 “캄보디아 사람들 대부분이 프라삭은 알고는 있지만 KB와 신한, 우리는 모른다.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돈을 보내오는 사람들도 수수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잘 이용하지 않는다”면서 “카카오뱅크로 돈을 보내는 사람들은 있다. 카카오뱅크에 번호와 이름,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윙뱅크(Wingbank)를 통해 송금할 수 있는데 송금 한번에 수수료가 5달러로 저렴해서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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