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해외인재 유치 ‘처우 개선’이 관건

입력 2024-10-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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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ㆍ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세계각국 치열한 인재유치 쟁탈전
파격대우 없으면 유인책 효과없어
노동시장유연화 등 지원 뒤따라야

정부가 최근 인공지능(AI)·양자기술·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톱티어(Top-Tier)’ 비자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인재의 해외유출은 늘어나고 해외 인재의 국내 유입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이다. 해외 최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학사학위를 취득했거나 유명 대학·기업·연구소에 재직하는 외국인, 세계에서 인정받는 원천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 등에 대해 출입국 및 체류 때 편의를 받을수 있는 비자를 발급해 이들의 국내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총인구의 약 5%인 261만 명으로, 향후 5년 내에 3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15~64세) 급감으로 외국인력 도입의 확대가 절실해지고 있는데 유수한 전문인력의 유입도 필요하다. 현재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력은 주로 단순노무직에 편중돼 있어 앞으로 규모가 커질 AI 등 첨단산업 분야에 종사할 기술인재도 함께 확보하기 위해 톱티어 비자를 신설키로 한 것이다. 정부는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력 가운데 전문·기능 인력 10만 명 이상을 추가 확보해 주력산업의 핵심자원으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새로운 비자 제도를 신설한다고 해서 외국의 우수 기술인력을 유치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치열한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세계 유수기업들은 이공계 인력에 대해 파격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 이들에 비해 임금수준이 턱없이 낮은 국내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구글의 대졸 신입 직원 평균 연봉은 20만 달러(2억7000만 원)에 가까운데 국내 대기업들의 평균 연봉은 1억 원을 웃돌고 있다.

이러다보니 해외 인재들은 한국 기업들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이공계 인재들 역시 국내 기업보다 해외 유수 기업으로 눈을 돌린다. 우리나라 해외유학생은 연간 20만 명 안팎에 달하는데 이들 중 학위를 딴뒤 현지에서 눌러앉는 고급인재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세계 초우량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급여와 탄력적이고 유연한 근무방식을 동원해 세계 인재들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청을 만들고 톱티어 비자를 만든다고 해서 해외 고급두뇌가 국내로 발길을 돌릴지 의문이다.

2010년 이후 이공계 인력의 연평균 국외 유출 규모는 3만 명에 달한다. 이에 반해 유입규모는 4000명에 불과하다. 양적인 유출규모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우려되는 대목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으로 빠져나가는 국내 연구자와 학생들 가운데 S급 인재들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고급두뇌를 필요로 하는 AI 분야의 경우 한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고급인재들이 많다고 한다. 인재 유출보다 유입이 많은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 선진국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인재유출 관련 지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는 2021년 24위에서 2023년 36위로 추락했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대학원을 마친 AI 인재들의 유출현황’에서도 2022년 기준 약 40%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인재를 해외에 빼앗기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 인력은 저임금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외국 인력 중 전문인력 비중은 지난해 기준 5%에도 못 미쳐 20%가 넘는 일본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AI를 비롯한 핵심 산업에서의 경쟁력 유지가 어렵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 인재확보는 필수다. 고급 두뇌 유치를 위해 톱티어 비자도 필요하지만 파격적인 처우 개선, 그리고 기업의 성장동력을 높일 수 있는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유연화 등 정책적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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