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KB프라삭은행 부행장 "리스크 관리‧사업 확장, 두마리 토끼 잡겠다"[K금융, 퀀텀점프④]

입력 2024-10-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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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모든 공항에서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광고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다. 1967년 한국외환은행(현 하나은행)이 동경, 오사카, 홍콩지점을 동시 개설하면서 해외에 첫 깃발은 꽂은 지 58년 만이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금융사들은 단 한번도 멈추지 않았다. 꾸준한 인수합병(M&A)으로 영토를 확장했고 점포도 늘렸다. 신사업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현지 기업들의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시적인 부침을 겪고 있으나 그동안 뿌렸던 씨앗은 언제든 수확할 수 있는 열매로 자라났다.
최근 세계로 비상하는 ‘K산업’을 통해 또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퀀텀 점프’할 준비가 돼 있는 한국 금융사들의 글로벌 전략을 짚어본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KB프라삭 본점에서 김현종 부행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손희정 기자 sonhj1220@)

KB프라삭은행은 KB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중 수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은행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56억 원으로 국내 금융사의 전체 해외법인들 중에 가장 높은 순익을 기록했다.

단숨에 캄보디아 내 금융기관 중 자산 규모 4위, 순이익 2위에 오른 KB프라삭은 최근 어려운 과제를 풀고 있다. 캄보디아 경제 침체로 금융권은 △여신 성장성 둔화 △건전성 악화 △수익성 하락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현지 1위 은행을 목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하는 것.

어려운 금융 환경을 극복하고 있는 KB프라삭의 최전선에는 김현종 부행장이 있다. 프라삭과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을 위해 캄보디아로 온 그는 2021년 1월부터 1년 간 KB캄보디아은행 법인장으로 근무한 뒤 KB프라삭은행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KBC)와 프라삭의 통합 상업은행의 성공적인 출범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행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부실채권(NPL) 관리 강화를 위해 전사적으로 총역량을 모아 집중하고 있다”면서 “신용평가모델 등 선진 심사기법을 도입해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캄보디아 최고 수준의 건전성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프라삭은 올해 말까지 연체율을 6.43% 이내로 방어하는 것이 목표다. 캄보디아 신용평가기관인 CBC(CREDIT BUREAU CAMBODIA)에 따르면 금융시장 전체 연체율은 8월 기준 8.1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KB프라삭의 연체율은 6.12%로 전체 연체율보다 2.03%포인트(p) 낮다.

김 부행장은 “시장의 건전성 악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연착륙 조치와 사후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3시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KB프라삭 본점 창구에서 예적금 상담을 진행하는 모습. (손희정 기자 sonhj1220@)
리스크 관리와 함께 사업 영역을 확대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는 “기존 마이크로 대출 중심 비즈니스에서 풀뱅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면서 “디지털 채널과 결제서비스를 강화해 고객 편의성을 증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저원가성예금이 지속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1995년 캄보디아 농촌 지역 지원 프로젝트로 시작한 프라삭은 전국 25개 주 내에 13개 지역본부와 192개 지점 전국 단위 광대한 채널을 가지고 있다. KB는 지방과 농촌 중심이던 기존 영업망을 소상공인 지원 대출, 중산층 주택대출 등 신상품을 활용해 도시지역으로 영업을 확대 중이다.

특히, 비대면 채널 서비스에 중점을 뒀다. KB프라삭은 디지털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IT본부와 디지털본부를 격상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올해 1월에는 통합 IT시스템 구축프로젝트를 통해 KB와 프라삭의 뱅킹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통합했다.

비대면 고객을 세분화해 다각화된 금융서비스 제공한다. 개인 고객은 모바일뱅킹을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금융 편의성을 제공하는 반면 기업 고객은 인터넷뱅킹, 가맹점 고객은 전용 플랫폼(Merchant App)을 론칭하는 식이다.

글로벌 플랫폼이나 캄보디아 내 교통, 금융, 건강, 배달 업종 플랫폼과 제휴를 위한 논의도 활발하다. 김 부행장은 “공공·정부기관과 신규 협약을 통해 공과금 납부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국가 간 결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고객이 프라삭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KB프라삭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도 최선이다. 특히 사회공헌 분야에 집중해 △캄보디아 심장병 어린이 의료 지원 △캄보디아 KB IT 아카데미 △캄보디아 저소득 대학생 장학금 지원 △현지 교육부와 연계한 학습 열위 지역 도서관 건립을 지원하고 있다.

▲마렌(Maren LY·38) KB프라삭 영업부 지점장은 KB프라삭이 타 은행보다 좋은 점으로 ‘성과중심의 직원 보상 체계’와 ‘조직문화’를 꼽았다. 그는 “아이가 태어난 지 3개월 정도였던 당시 외근을 마치고 복귀하니 지점장으로 발령났다는 인사 명령을 받았을 때가 가장 행복한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KB가 캄보디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캄보디아 내 소액대출 점유율 1위인 프라삭과의 합병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는 “이번 합병은 국내 은행이 해외에서 이뤄진 합병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인도차이나 지역의 특성상 통합 과정의 모든 단계가 첫 시도였기 때문에 하나하나 배워 갔던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성공적으로 합병을 마친 데는 화학적 결합이 큰 역할을 했다. 합병 당시 프라삭 직원은 약 9700명이지만 KBC직원은 250명가량으로 약 3%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사자 간 미팅을 18회 이상 진행한 결과 원만한 합병 절차가 마무리됐다.

김 부행장은 “현재 통합상업은행의 ‘하나의 은행, 하나의 정책’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두 회사의 조직 문화 차이를 없애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현재까지 무리 없이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의 목표는 KB프라삭을 캄보디아 1등 상업 은행으로 올리는 것이다. 김 부행장은 “캄보디아 고객들의 특성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서 고객과 동반성장해야 한다”면서 “고객의 성공이 은행이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고객의 평생 금융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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