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관광 끊기고, 짓다 만 건물 수두룩…코로나 회복 먼 얘기"[K금융, 퀀텀점프④]

입력 2024-10-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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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코로나 이후 관광객 줄어 ‘황량’
‘건설 붐’도 붕괴…짓다 만 건물 수두룩
경제 회복 1년 이상 소요될 듯

동남아시아 모든 공항에서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광고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다. 1967년 한국외환은행(현 하나은행)이 동경, 오사카, 홍콩지점을 동시 개설하면서 해외에 첫 깃발은 꽂은 지 58년 만이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금융사들은 단 한번도 멈추지 않았다. 꾸준한 인수합병(M&A)으로 영토를 확장했고 점포도 늘렸다. 신사업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현지 기업들의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시적인 부침을 겪고 있으나 그동안 뿌렸던 씨앗은 언제든 수확할 수 있는 열매로 자라났다.
최근 세계로 비상하는 ‘K산업’을 통해 또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퀀텀 점프’할 준비가 돼 있는 한국 금융사들의 글로벌 전략을 짚어본다.

▲지난달 26일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 있는 앙코르와트는 명성에 무색하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말 누적 기준 외국인 방문객 수는 2019년 9월 말 대비 57.9% 감소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아직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청년들은 비자가 필요 없는 아세안 국가나 한국으로 돈 벌러 갑니다.”

지난달 26일 새벽 4시 30분 캄보디아 시엠레아프 앙코르와트 입구에서 만난 6년 차 가이드 소팟(sophat·35)씨는 텅텅 빈 매표소를 보며 이같이 토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앙코르와트는 ‘세계 8대 불가사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 장소’의 명성에 무색하게 황량한 모습이었다. 티켓 창구 앞에 줄지어 있는 5개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과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붐볐는지 보여준다. 일출 보러 오는 관광객의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매표소 앞에 펜스를 세워뒀지만 줄 선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캄보디아는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캄보디아의 국내총생산(GDP)은 -3.1%로 역성장한 이후 지난해까지 5.4%로 반등하는데 성공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7.1%)과 비교하면 아직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앙코르와트 내의 한 계단. 코로나19 펜데믹 전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한 번에 150명만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제한했다. 현재는 한산해 제한의 의미가 없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특히 캄보디아 경제의 성장 엔진인 여행 및 관광 산업의 타격이 컸다. 2020~2021년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관광객 수는 80만 명으로 2019년(660만 명) 대비 82.6% 급감했다. 관광객 수가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이전 수준에 못 미친다. 지난달 말 누적 기준 외국인 방문객 수는 69만9929명으로 2019년 9월 말(166만2513명)보다 57.9% 감소했다.

▲앙코르와트 주변 시내 모습. 사람이 없는 한산한 거리에는 은행 건물과 ATM만 자리하고 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앙코르와트 주변 상권도 마찬가지였다. 관광객은커녕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거리도 많았다. 2020년 4월 기준 약 2956개의 관광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4만5405명의 실업자가 생기기도 했다.

소팟 씨는 “펜데믹 당시에는 당일 취소가 많아 일할 수 없는 지경이어서 고향으로 내려가 어머니의 어묵 가게 일을 도왔다”면서 “현재 100만 명까지 늘었지만, 여전히 돈을 벌기 힘든 상황이고 시엠레아프 시내 가게들도 30~40%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캄보디아의 평균 월급이 150~200달러지만 한국에서는 2000달러 가까이 벌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원정을 많이 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캄보디아의 경제성장률이 8% 전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암로)는 국내적 리스크로 △은행 부문의 부실채권 증가 △과잉공급에 따른 부동산 부문 침체를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의 거리. 곳곳에는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공사를 멈춘 건물들이 즐비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캄보디아는 2019~2020년 건설 붐 당시 외국인 투자자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건설사 간 경쟁이 촉발하면서 고급 부동산과 토지를 중심으로 건설 프로젝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코로나 19 팬데믹 동안 외국인 수요는 감소했고 대부분의 국내 투자자들은 부동산을 살 여력이 없어 공급 과잉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2022년 말부터 침체기다. 국토관리도시계획건설부(MLMUPC)에 따르면 부동산 및 건설 프로젝트의 총 투자 자본은 2021년 53억3000만 달러에서 2022년 29억70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은행의 부실채권(NPL) 증가세도 심각하다. 지난해 대부분 산업에서 NPL이 증가하면서 은행권의 NPL 비율은 5.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들의 NPL 비율도 6.5%로 전년(2.5%) 대비 급등했다.

코로나 19 이후 부동산, 의류, 건설 등 핵심산업들이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미국 연준(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금리 상승, 중국 경기 부진으로 인한 해외 투자 유입 감소 등으로 점차 연체율이 상승하면서다.

▲프놈펜 시내의 공사중인 건물 앞에서 인력거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S&P 글로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관광이나 부동산 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고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산업들에 대한 은행 익스포저가 높다”면서 “캄보디아 NPL의 피크아웃 시점은 내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은행권 관계자는 “캄보디아 국민은 대출을 잘 갚는 편인데 1인당 대출액도 1000달러 수준이다. 금융권 연체율이 올랐다는 건 그만큼 돈이 없다는 얘기”라면서 “금융권 전체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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