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시바와 '셔틀외교' 의지 확인...원전·공급망으로 동남아 협력 지도 넓혀

입력 2024-10-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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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5박6일 동남아 순방 일정 마무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초고속 청상회담
-아세안과의 관계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원전, 인프라, 공급망 협력 약속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필리핀과 싱가포르, 라오스 3개국 순방을 마무리했다.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첫 청상회담을 열어 셔틀외교 의지를 재확인하고, 아세안과의 관계를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로 끌어올렸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원전, 인프라, 공급망 협력도 약속했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5박6일 간의 동남아 순방 일정을 마무리했다. 6~7일 필리핀, 8~9일 싱가포르, 10~11일 라오스 일정을 소화했다.

한-아세안 CSP 수립...35년만에 최상위 관계로

윤 대통령은 마지막 순방지였던 라오스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해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를 수립했다. 아세안은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태국, 라오스 등 동남아 10개국이 참여한 연합체로 이 지역 안보·경제의 핵심 축이다. 우리나라가 아세안과 대화관계를 수립한 건 1989년이다. 35년 만에 한-아세안 관계가 최상위급으로 올라섰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의 관계 격상은 꾸준히 이뤄졌다. 1989년 부분대화 관계에서 1991년 전면대화 관계로, 2004년엔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이어졌다. 6년 뒤인 2010년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고, 14년만인 올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끌어올렸다.

현재 아세안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국가는 11개 대화상대국(한국·미국·중국·일본·인도·호주·러시아·캐나다·뉴질랜드·EU·영국) 중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 호주 5개 국가였다. 한국이 포함되면서 6개 국가로 확대됐다.

윤 대통령은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3개 분야로 나눠 협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정치·안보 분야에선 당장 내달 한-아세안 첫 국방장관 대면 회의를 개최한다. 아세안의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 지원 등 안보 협력 수준을 높일 예정이다. 경제 협력에선 올해 한-아세안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착수에 나선다. 내년엔 한-아세안 싱크탱크 다이얼로그 출범으로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대응한다. 사회문화에선 △향후 5년간 아세안 출신 학생 4만 명에 대한 연수사업 △내년 이공계 첨단분야(STEM) 장학생 사업 발족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10일(현지시간) 이시바 신임 총리와 초고속으로 이뤄진 첫 한일 정상회담은 셔틀외교와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취임 2년 반이 안 되는 기간에 기시다 전 총리와 무려 12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둔 데다 지난해 이뤄진 캠프 데이비드 선언 이후 한미일 3각 공조 유지를 위해 새 정권과의 셔틀외교의 필요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작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 협력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강화됐다고 평가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한미일 협력 프로세스를 더 강화하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해 한일·한미일 공동 대응에도 뜻을 모았다. 셔틀외교를 포함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나 긴밀한 소통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다만 40분간 이뤄진 회담에서 한일 역사문제 등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와 안보, 공급망, 원전 등서 협력 강화

필리핀과 싱가포르, 라오스와 원전 및 공급망 협의를 통해 동남아 진출과 경제 협력의 발판도 마련했다. 특히 필리핀에선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 체결을 계기로 원전 협력 기반을 다졌다. 바탄 원전은 1976년에 착공했다가 원전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로 1984년 공사가 중단된 원전이다. 그러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2022년 취임한 뒤 고질적인 전력난과 전기 요금 문제 해결책으로 원전 건설 재개를 검토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2022년 11월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이번 원전 협력은 동남아 지역 원전 시장 진출에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필리핀 정부는 2050년까지 약 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위험 요소 여부 및 경제성 등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초대형 인프라 사업인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 MOU도 체결했다. 정부는 두 사업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약 20억 달러를 지원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웅 쪼 모 미얀마 외교부 사무차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윤 대통령,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마루프 아민 인도네시아 부통령, 샤나나 구스마웅 동티모르 총리. (연합뉴스 )

싱가포르에선 공급망 교란에 공동 대응하는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SCPA)’을 맺어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싱가포르의 통상 네트워크와 정보력을 활용해 부족한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게 했다.

라오스와는 내년 양국 관계를 '포괄적동반자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라오스 기후변화 협력 기본협정'과 '국외산림탄소배출감축사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라오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약정'도 갱신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마지막 일정이었던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선 북한의 불법적 군사협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욱 장기화시킨다고 직격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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