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인기인데…급식업계, 고물가 대응 ‘메뉴 개편’ 고군분투

입력 2024-10-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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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ㆍ상추 등 비싸지자 ‘꿩 대신 닭’ 메뉴 개편

▲저렴하게 점심식사를 해결하려는 시민들로 서울 한 구내식당 입구가 붐비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

고물가 시대, 가성비가 높은 구내식당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급식업계(식자재 유통기업)가 원가 관리에 진땀을 빼고 있다. 상추, 배추 등 채소를 비롯해 원재룟값이 전방위로 올랐지만, 애초 계약을 맺은 선에서 더는 가격을 올릴 수 없기에 여러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3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에서 드러난 기관 구내식당업 전망지수는 1년 전(97.32)보다 1.35포인트 오른 98.67로 집계됐다. 한식·외국식·간이음식·주점 등 다른 외식업종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전망치는 숫자가 높을수록 많은 업체가 장사가 잘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으로, 사실상 체감경기다. 구내식당 사업주가 느끼는 체감경기가 1년 전보다 좋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고물가로 인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구내식당을 찾는 사람이 급증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요 식자재 유통기업의 기대감도 높다. 본지가 10일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등에 문의한 결과 “전년보다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구내식당의 인기는 좋지만, 업계는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구내식당은 애초 계약한 고정 식단가를 유지해야 해,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손해가 막심하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식재료비 인상 추세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비싸진 식재료 사용을 줄이는 등 메뉴 편성의 다양화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장 폭염 등으로 배추 등의 채소 가격이 크게 올랐다. 물량 사전 확보와 메뉴 개편이 복안이다. 주요 업체들은 이미 예년보다 더운 날씨에 가을께 배춧값이 오를 것이라 예견하고, 거래처에 고랭지 배추 등 선점해 현재 시장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미리 사들였다.그럼에도 계속 배추 공급이 쉽지 않으면 사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구내식당 기본 반찬이 김치인데, 올해는 배추김치 대신 열무김치를 더 자주 내놓는 식이다.

특히 원가관리에 집중하는 채소는 최근 가격이 급등한 상추다. 아워홈은 그동안 계약재배를 통해 ‘일반하우스 상추’를 공급받았는데, 올해는 폭염이 길어져 ‘스마트팜 상추’를 공수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통상 일반하우스 상추가 더 저렴한데, 지금은 가격이 너무 올라 오히려 스마트팜 상추가 30%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계속 원재룟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내년엔 구내식당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많은 기업이 사내 복지를 중시해 구내식당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원재료 가격 추이를 보면서 재계약 때 식단가 현실화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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