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은 없다”…1등만 살아남는 유통업계 [유통가 양극화 시대]

입력 2024-10-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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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3200만' 쿠팡, 이커머스 독주 체제 심화

백화점, 수도권 중심 ‘초대형 점포’ 만 승승장구

올리브영, H&B 시장 경쟁차 소멸...유일무이해

극소수의 메이저 플레이어(Major Player)가 시장을 장악하는 반면 마이너 플레이어(Minor Player)는 설 자리를 잃는 ‘양극화 현상’이 유통업계에서 심화하고 있다. 티메프 사태(티몬ㆍ위메프 정산 지연) 여파로 소수의 대기업 중심 온라인쇼핑 플랫폼에 고객이 쏠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도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소수의 대기업 중심의 특정 업체로 고객들이 몰리면서 선두 독주 체제가 고착화하는 상황이다.

20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달 기준 약 3211만 명으로 전월(3183만 명) 대비 약 0.9% 증가했다. 대한민국 전 국민 5000만 명 중 절반 이상, 5명 중 3명이 매월 쿠팡을 이용하는 셈이다. 쿠팡 유료 멤버십인 ‘와우’ 가입자 수도 1400만 명에 이른다. 쿠팡이 와우 월회비를 8월에 기존보다 2배 가까이(4980→7890원) 올렸지만, 그에 따른 고객 이탈 상황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 월회비 인상에도 고객들이 쉽사리 탈(脫)쿠팡을 못하는 것이다.

막대한 이용자 수에 발맞춰 쿠팡의 결제 규모 역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와이즈앱이 만 20세 이상 한국인 대상 신용카드, 체크카드, 계좌이체, 소액결제 등으로 쿠팡 앱 내에서 결제한 금액을 표본 조사한 결과 8월 쿠팡 결제추정금액은 총 4조9054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3조8481억 원)보다 27% 증가한 수준이다. 쿠팡은 막강한 자본력과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쿠팡이츠(배달서비스 앱)와 쿠팡플레이(OTT 서비스) 등 영역을 확장하는 등 유통업 전반을 집어삼키고 있다.

▲쿠팡 로켓배송 트럭 (사진제공=쿠팡)

이커머스업계의 쿠팡 쏠림 현상은 티메프 사태를 겪으면서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던 중소 유통플랫폼들은 연쇄 도산을 하고 있다. 가구, 가전제품 전문 유통플랫폼 알렛츠(ALLETS)가 8월 말을 “부득이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폐업했다. NHN도 국내 최초 디자인 상품 쇼핑몰 1300K를 비롯한 4개 플랫폼도 지난달 30일 영업을 종료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양극화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H&B(헬스앤뷰티) 편집숍은 1위 사업자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이 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했던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는 5월 한국에서 철수하는 수모를 겪었다. 신세계백화점 계열 ‘시코르(CHICOR)’도 겨우 전국에서 2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뷰티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 ‘네이처컬렉션’을 운영해온 LG생활건강도 가맹사업 철수를 선언한 상태다.

백화점업계도 양극화 현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명실상부 국내 톱3 백화점이지만, 이들이 운영 중인 모든 점포의 매출이 순항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백화점 안에서도 점포별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4년 유통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화점 중 상위 10개 점포가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했다. 반대로 하위 10개 점포의 매출 비중은 3.5%에 그쳤다. 강남 신세계백화점과 여의도 더현대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등 수도권의 몇몇 최신·초대형 점포에만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매출이 순증하는 반면 지방 중소규모 백화점은 영업을 이어가기조차 힘들다. 이른바 ‘백화점의 지역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은 시장 점유율이 높을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인프라 구축에 선제 투자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 격차가 특히 큰 업종”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선두업체는 독과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투자를 해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영위하지 못해 중간의 입지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는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가격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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