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틀·삼일·사흘”…요즘 세대, 정말 이렇게 말한다고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4-10-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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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는 ‘족발·보쌈세트’ 아닌가요?

썸남이 맞춤법 틀려서 정 떨어졌어요

(게티이미지뱅크)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기보다 짧은 글로 대화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당연해진 요즘, 지속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맞춤법과 문해력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자인 Z세대는 늘 틀린 맞춤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고, 문해력이 떨어져 대화가 어렵다는 어른들의 평가를 듣는다.

“감기 얼른 낳아!”

(게티이미지뱅크)

너무 많은 실례를 남겨 밈(meme) 조차 되기 어려울 정도가 된 이 맞춤법. 외에도 ‘왠지/웬지’, ‘-예요/-에요’, ‘-데/-대’ 등은 흔하게 혼용된다.

왠지’는 ‘왜인지’의 줄임말로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의 뜻을 나타낸다. ‘웬지’는 없는 말이다. 또한 ‘웬’만 쓸 수는 있으나 ‘왠’만 쓸 수는 없다. ‘웬일이야’ ‘웬 떡이야’와 같이 쓴다.

‘-예요’와 ‘-에요’는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쉽게 틀리는 말 중 대표적인 예시다. 우선 ‘-이에요’가 줄어 ‘-예요’가 된 것으로, 명사의 경우 받침이 있다면 ‘이에요’, 없다면 ‘-에요’와 함께 쓰인다. ‘꽃이에요’ ‘컴퓨터예요’가 그 예시다. 단, 명사가 아닌 동사나 형용사와 붙을 때는 ‘이’가 필요하지 않아 ‘아니에요’는 예외적으로 ‘에요’로 쓴다.

-대’는 ‘-다(고) 해’가 줄어든 것으로, 남의 말을 전달할 때 쓰면 된다. ‘수진이는 흑백요리사를 안 봤대’, ‘친구들이 그러는데 수진이가 예쁘대’ 등으로 쓰이며 ‘-데’는 화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임을 표시하기 위하므로 ‘민재가 밥을 잘 먹데’ 등으로 쓰인다.

“금일까지라고 하셨잖아요. 금요일까지로 알고 있었는데?”

(출처=인터넷 갈무리)

젊은 세대에 대해 문해력 수준이 상상을 초월한다며 Z세대스러운(?) 여러 사례가 화두에 오르는 일이 잦다. 이제 금(今)을 써 오늘을 뜻하는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한 문자는,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고전 짤로 남았다.

(출처=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3 2회 캡처)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의 ‘심심하다’를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심심한 사과’라는 말에 의문을 표하거나, ‘아주 충분히’라는 뜻의 ‘십분’을 ‘10분’으로 이해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외에도 내일을 뜻하는 명(明)일, 어제를 뜻하는 작(昨)일을 알지 못하거나 성질이 곧고 융통성이 없다는 뜻의 ‘고지식하다’를 ‘지식이 많다’ 등으로 이해했다는 경우도 있다.

(출처=MBC '나혼자산다' 512회 캡처)

날짜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인 하루·이틀·사흘·나흘 등은 잘못 쓰이는 경우가 흔하다. 한 래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작곡을 공개하며 ‘하루이틀삼일사흘, 일주일이 지나가’라는 가사를 함께 올린 뒤 ‘문해력 논란’이 일어 뭇매를 맞았다.

7일 발표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5848명의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학생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떻냐’는 질문에 교원 91.8%가 ‘저하됐다’고 답했다. ‘이부자리’를 별자리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나, ‘시발점’을 욕으로 생각했다는 것이 그 예시다.

“스마트폰 많이 보면 머리 나빠진다!”…엄마 잔소리, 진짜일까?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요즘 세대’가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서 나타나는 문제 역시 아니다. 예로부터 ‘요즘 것들’의 언어 사용 실상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 시대 이전에는 텔레비전이 그 상징과도 같았다.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부르며 성장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꺼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텔레비전은 개인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보급화 되기 전 언어 발달을 저해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거대한 매체였다.

2008년 국립국어원이 실시한 국민기초문해력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독서량이 많을수록 문해력 점수가 높은데 비해, 텔레비전은 시청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수가 낮게 나타나는 등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모습도 보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일이 가능하고,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가 다양해진 지금은 어떨까.

현재 문해력이 낮은 이유에 대해 다양한 추론이 있다. 실제로 이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사에서 문해력 저하 원인으로 36.5%가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 과다 사용을, 29.2%가 독서 부족을, 17.1%는 어휘력 부족을 꼽았다. 이밖에 한자 교육 제외, 아날로그 방식 및 계산의 감소, 독서 부족 등이 꼽히기도 한다. 조사에서 문제가 된 말 중 ‘두발 자유화’는 한자를 모르고, 일상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 생긴 해프닝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디지털 매체의 지나친 사용이 ‘문해력 논란’의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김은지 경북대 아동학부 강사와 전귀연 경북대 아동학부 교수는 연구 ‘유아의 스마트미디어 이용이 인지와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2020)에서 유아의 스마트미디어 이용 시간이 많을수록 중독 경향성이 증가하고, 증가한 중독 경향성이 인지 발달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

성장 과정 중 인지에 스마트폰이 부분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다만 디지털 매체를 옆구리에 끼고 사는 세대라고 해서 반드시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억울함을 살 수 있다.

신지영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이들이 ‘시발점’ 등의 말을 모르는 것이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느끼는 어른들은,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생각 못 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디지털 매체 시청과 문해력을 지적하고 있으나 정작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율은 4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어린 세대가 특별히 문장 이해력이 떨어진다기보다는, 표준 지표를 성인의 눈높이로 정하고 평가 내리는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제대로 배워 바르게 쓰자”

(게티이미지뱅크)

언어 사용 실태에 대해 특정한 세대로 묶어 비난하기보다는 근본적인 교육의 방향을 살피고 바꿔나가야 한다. 앞서 신 교수는 “학교 교육이, 사회가 지향하는 교육의 목표와 같은지 점검해야 한다. 수용 능력과 표현 능력을 나누어서 실질적인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의 기능 교육과 평가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바른 말을 쓰고, 배우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라는 말은 모든 상황에 적용되지 않는다. 적절한 상황에 바르게 쓰이는 언어야말로 의도와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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