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1년] 4차 산업혁명 이후 첫 전면전…미래전쟁의 시작

입력 2024-10-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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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AI, 새로운 ‘비대칭 전력’으로 등장
드론, 전장서 맹위 떨쳐
통신서 민간·정부 경계 사라지는 ‘하이퍼 커넥티드’ 등장

▲튀르키예 바이카르사(社)가 개발한 무장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의 모습. 개전 초, 우크라이나는 2대의 무장 무인기로 사흘동안 러시아 전차 8대를 포함해 총 2600만 달러 규모의 군사장비를 무력화시켰다. 출처 바이카르 미디어룸
이제껏 현대전의 교과서는 1991년 발발한 걸프(Gulf)전이었다. 전투기를 포함한 연합군의 비대칭 전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라크 군대를 먼저 타격했다. 결국 이라크는 42일 만에 항복했다.

약 30년 만에 다시 시작된 2개의 전쟁,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이후 처음 벌어진 전면전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은 현대전의 양상을 바꿨다. 국방력을 비교할 때 지금까지는 단순하게 무장 규모를 기준으로 삼았다. 전차와 전투기가 몇 대인지, 병력이 몇 명인지 등을 따졌다. 그러나 이런 숫자는 이제 당위성을 잃었다. 개전 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일주일 만에 점령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시돈에서 지난달 18일(현지시간) 군인과 소방관들이 무전기가 폭발한 휴대폰 가게 앞에 모여 있다. 레바논에서는 전날 무선호출기(삐삐)에 이어 이날 무전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폭발했다. 시돈(레바논)/AP연합뉴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는 헤즈볼라 무장세력이 사용하던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수천 대가 동시에 폭발했다. 이튿날에는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휴대용 무전기도 잇따라 폭발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한 이스라엘의 전략적 거점 공격이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타깃팅(Targeting)’ 전력이기도 하다.

이처럼 ICT와 인공지능(AI)이 전쟁에 접목되면서 이들은 새로운 ‘비대칭 전력’으로 등장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고작 2대의 무인기(바이락타르 TB2)를 띄워 큰 효과를 봤다. 개전 초기, 무인기 2대가 사흘 동안 러시아 전차 8대를 포함, 총 2600만 달러(약 345억 원) 규모의 지상전 장비를 파괴했다. 무인기 가격은 1대당 510만 달러, 우리 돈 약 68억 원에 불과했다.

소형 드론도 큰 성과를 냈다. 우리 돈 30만 원 안팎인 자폭 드론 1대로 인해 50억 원이 넘는 러시아 전차(T-90)가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다. 이른바 ‘교환비율’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큰 성과를 낸 셈이다.

민간기업의 기술도 속속 전쟁에 접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산망은 포화를 피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유럽 데이터센터에 백업돼 있다. 구글의 위성지도 시스템도 우크라이나군에 지상전 정보를 전달 중이다.

통신 시설이 파괴된 우크라이나는 일론 머스크의 저궤도 통신위성 ‘스타링크’를 활용 중이다. 이와 달리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러시아군은 여전히 무전기를 쓴다. 통신에서 민간과 정부 사이에 뚜렷했던 경계가 사라지는, 이른바 ‘하이퍼 커넥티드’가 전쟁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셈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지휘통제시스템’도 힘을 보탰다. 미군이 시험단계로 개발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공유 중인 방식이다. 드론 또는 무인 정찰기가 적의 동향을 파악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아군의 전력을 실시간 결정한다. 동시에 지휘부는 이들에게 공격 지시까지 내릴 수 있다.

이스라엘은 AI 기술을 앞세웠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근거지를 찾아낼 때 AI를 활용했다. 드론 영상과 감청 정보, 개인과 대규모 집단의 행동 패턴 모니터링 등을 바탕으로 표적을 설정한 것이다.

다만 ICT와 AI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전쟁 양상이 오히려 약점을 노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개의 전쟁 모두 소형 드론을 활용 중인데 이들 대부분이 특정 중국기업 제품이다. 이들 공격 드론의 전술과 지형정보 등 다양한 전술 데이터가 중국 쪽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여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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