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퀀텀점프①]금융사 CEO 10명 중 8명, 글로벌 전초기지는 '아세안'

입력 2024-10-14 05:00수정 2024-10-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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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4149> 한·아세안 정상회의 기념촬영 하는 윤석열 대통령 (비엔티안=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웅 쪼 모 미얀마 외교부 사무차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윤 대통령,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마루프 아민 인도네시아 부통령, 샤나나 구스마웅 동티모르 총리. 2024.10.10 [공동취재] hihong@yna.co.kr/2024-10-10 14:05:04/<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은행, 보험 등 주요 금융사 CEO 32명 대상 설문조사
해외 시장 중 유망 지역 10명 중 8명은 아세안 꼽아
해외점포 36%가 아세안에 집중, 지난해 순이익 전년비 212% 급증

동남아시아 모든 공항에서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광고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다. 1967년 한국외환은행(현 하나은행)이 동경, 오사카, 홍콩지점을 동시 개설하면서 해외에 첫 깃발은 꽂은 지 58년 만이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금융사들은 단 한번도 멈추지 않았다. 꾸준한 인수합병(M&A)으로 영토를 확장했고 점포도 늘렸다. 신사업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현지 기업들의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시적인 부침을 겪고 있으나 그 동안 뿌렸던 씨앗은 언제든 수확할 수 있는 열매로 자라났다.
최근 세계로 비상하는 ‘K산업’을 통해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퀀텀 점프’할 준비가 돼 있는 한국 금융사들의 글로벌 전략을 짚어본다.

국내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8명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지역을 해외 시장 중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꼽았다. 국내 금융사들이 최근 10년 간 새로 설립한 해외 점포의 80% 이상 몰려 있을 정도로 아세안은 해외 진출의 핵심 요충지다.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기회의 땅’ 베트남. 베트남의 성장성을 꿰뚫어본 금융사들은 일찌감치 깃발을 꽂고 글로벌금융 전초기지로 삼았다. 최근에는 아직도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인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등이 새로운 전략적 지역으로 급부상 중이다.

13일 본지가 해외 진출에 나섰거나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은행과 보험 등 주요 금융사 32곳의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해외시장 중 가장 유망한 지역을 아세안이라고 답한 CEO는 77%에 달했다. 인도가 8%로 뒤를 이었고, 중앙아시아 국가(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중국, 일본, 미국 등이 각 4%씩 차지했다.

중국, 미국, 일본에 이은 한국의 제4대 교역국이자 아세안 내 최대 교역·투자국이 된 베트남의 인기는 여전히 높았다. CEO 10명 중 4명(40%)은 아세안 가운데 베트남(중복 답안 허용)에 주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1억 명의 인구와 노동력을 보유한 나라로 만 39세 이하 젊은 층 비중이 60%를 넘는 데다 0~14세 유년층의 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등 미래 고객이 보장된 점이 매력적이다. 이어 인도네시아가 23%였고 미얀마,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의 순이었다.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해외점포는 총 46개국에 468개에 달한다. 이 중 △베트남(53개) △인도네시아(32개) △미얀마(30개) 등 아세안지역에 170개(36%)가 진출해 있다.

아세안 금융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성장성이다. 아세안 10개국 인구는 6억5000만 명에 육박한다. 비교적 젊은 층이 많고 중산층이 증가하는 인구구조 특성상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된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도 올해 아세안 10개국 경제 성장률은 4.5%로 예상됐다. 2030년까지 아세안이 세계 4위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팜 밍 찡 베트남 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베트남 총리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사사진기자단

실제 국내 금융사의 해외수익 중 가장 기여도가 높은 지역이 아세안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경영현황 및 현지화 지표 평가결과’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캄보디아)의 지난해 순이익은 4억8000만 달러로 전년 1억5300만 달러 대비 212%(3억2600만 달러) 급증했다.

물론 장밋빛 이면에는 해결해야 될 과제도 있다. 아세안 10개국 중 국내 금융사가 진출한 곳은 4개국에 집중돼 있다. 금융산업 발전 정도, 금융시장 환경이 다르다보니 나라별 규제당국의 인·허가 제도 차이도 매우 크다.

금융당국도 지원에 나섰다. 해외 진출 규제 장벽을 낮추고 아세안 지역을 대상으로 K 금융 세일즈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월 아세안 주요 3개국(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을 방문해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투자유치를 지원했다. 금감원장이 직접 해외 투자설명회(IR) 행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아세안 지역을 제외한 주력 진출 지역은 미국이 35%로 가장 많았다. 새로운 전략적 요충지로 폴란드 등 동유럽도 24%의 CEO가 선택했다. 최근 K-방산 효과로 관련 산업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동유럽 지역과의 경제교류가 크게 확대된 데다 국내 대기업들의 생산 기지가 대거 밀집해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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