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만에 첫 신약…P-CAB 계열 치료제로 21개국까지 영역 넓혀
제일약품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정(성분명 자스타프라잔)’을 국내에 출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자큐보는 제일약품이 1959년 설립 이래 자체 개발한 최초의 신약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1일 제일약품에 따르면 자큐보는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37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은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이달부터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보험약가는 20㎎당 911원이다.
자큐보는 제일약품이 연구개발(R&D) 전문회사로 설립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성과다. 그간 다국적 제약사 등 다른 업체의 제품 판매 비중이 높았던 제일약품은 2020년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설립하며 신약개발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본격화했다.
제일약품은 R&D 투자 비중을 크게 높였다. 2019년 3%대였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을 2023년 6.8%까지 끌어올렸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바이오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던 시시인 2022년에도 26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 금액 560억 원 이상을 확보해 이미 시장에서 기술성과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온코닉테라퓨틱스가 P-CAB 계열 제제를 첫 신약으로 선택한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국가에서 P-CAB 계열 치료제로 허가받은 건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일본 다케다제약의 ‘다케캡’, 중국 케어파제약의 ‘베이웬’ 등 5개에 불과하다. 앞서 시장에 출시된 국내 기업의 케이캡, 펙수클루와 같이 자큐보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발걸음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자큐보의 해외 진출 성과는 뚜렷하다. 작년 3월 중국 리브존파마슈티컬그룹(이하 리브존)에 자큐보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총 1억2750만 달러(약 16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5월 인도 글로벌 제약사와도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어 9월 초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19개국에 기술수출을 완료하며 총 21개국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P-CAB은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대비 경쟁력도 좋다. 기존 치료제로 쓰였던 양성자펌프저해제(PPI) 약물은 식전 30분에 복용해야 하고 잠자는 중에도 위산이 분비돼 야간 속 쓰림 증상을 유발하는 등의 복용 편의성과 부작용 면에서 단점이 있었다. 반면 P-CAB 제제는 PPI 제제의 단점을 보완해 즉각적인 효능을 발휘할 수 있고,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어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를 받는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19년 8001억 원 규모였던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은 2020년 9467억 원, 2021년 1조644억 원, 2022년 1조1640억 원, 2023년 1조2666억 원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21년 1분기 기준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내 P-CAB 제제 점유율은 10%대였지만. 올해 2분기 20.2%까지 늘었다. P-CAB 제제가 시장에 진입한 지 4년이 지난 걸 고려하면 향후 P-CAB 제제 점유율 확대 속도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제일약품은 최근 공시를 통해 향후 3년간 자큐보의 목표 매출로 1897억 원을 제시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선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해 자큐보의 국내 공동판매사로 동아에스티를 선정하고, 국내 영업·마케팅을 공동 진행한다.
이번 파트너십을 기점으로 제일약품은 P-CAB 점유율 확대와 함께 기업의 성장을 이끌 계획이다. 또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의 적응증을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뿐만 아니라 위궤양 및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유도성 소화성궤양 예방 등으로 확대하는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자큐보는 오랜 기간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돼 성과를 거둔 소중한 결과물”이라며 “출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자큐보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새로운 선택지로서 영향력을 높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가 신약개발 진행과 코스닥 상장 등 향후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성장 전망도 밝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현재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파프(PARP)와 탄키라제(Tankyrase)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저해 표적항암제 ‘네수파립’, 뇌졸중 치료제 ‘JPI-289’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올해 1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통과해, 코스닥 상장을 본격 추진한다. 제일약품은 올해 5월 한국거래소에 온코닉테라퓨틱스 코스닥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